'통일 대박론'.
올해 초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꺼내 든 화두다. 이후 박 대통령이 올해 3월 남북관계 신뢰 형성을 위한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하면서 '통일 대박론'은 올해 내내 이슈의 중심에 섰다.
'통일 대박론'은 침체기에 빠진 펀드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박 대통령 발언 이후 통일 관련 펀드상품이 출시되자마자 6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흡수했다.
최근 대북전단을 둘러싼 총격전 등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통일 관련 펀드 상품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만도 하지만 대표펀드인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펀드(이하 하이코리아통일펀드)'에는 10월 한 달 사이 20억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김영진 하이자산운용 부본부장(이사)는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등 3저(低) 시대를 탈피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통일이 아니겠느냐.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이 경제적 통일을 염두에 두고 '통일 대박' 발언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런 의미에서 통일은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고성장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2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활성화, 남북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남북한 정부가 지금 보다 더 자유롭게 교류하기 시작한다면 경제적 통일은 생각 보다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며 "남북 간 경제교류 활동이 활성화된다면 양측의 소득 격차를 맞추는 과정에서 경제성장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또 "통일 한국은 북한의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한 동북아 신(新) 자원강국이 될 수도 있고 안보비용 절감, 국가신용등급 상향, 외채상환이자 감소, 동북아 물류허브, 잠재성장률 상승 등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무궁무진하다"고 통일 대박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결국 통일은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하이코리아통일펀드'가 집중 투자하는 부분도 통일이라는 과정이 진행됨에 있어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종과 종목, 또 긴 안목을 가지고 장기 소외 가치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형주 편입비중이 높은 다른 통일펀드와 달리 하이코리아통일펀드는 경공업과 인프라 업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장기 소외 가치주는 지난 1, 3, 5년 주기로 수익률이 시장평균대비 -30% 이하 및 주가순자산비율(PBR)dl 0.8배 이하인 종목으로 선정된다.
특징은 또 있다. 이 펀드는 통일과정을 남북경협, 통일준비, 통일 초중반과 후반 등 단계별로 나눠서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재는 초기 남북 상호협력이 이어지는 단계인 섬유의복과 정보기술(IT)·경공업·음식료·제약 등 정부 지원이 기대되는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 중이다.
중기에는 화학과 운송, 제약과 보험업종을 추가로 편입하고 통일 후기에는 남북간 소득 격차가 줄어들고 소비가 활성화 되면서 실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자동차, 소비재, 리테일, 금융서비스 업종을 편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남북경협의 확대 단계에서 개성공단의 예처럼 노동집약적경공업 산업 및 종목과 통일준비 단계를 위한 유틸리티, 통신 인플라 투자 등을 염두에 둔 포트폴리오가 시장의 변동성 국면에서 양호한 수익률로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전력, SK텔레콤을 필두로 한 인프라 투자 관련종목과 경방, 동일방직 등을 노동집약적 경공업, 그리고 의료지원 등 대북지원을 위한 제약, 바이오 업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점이 뛰어난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코리아통일펀드'는 지난 5월 15일 2010.20포인트에서 설정된 이후 10월 24일 기준, 수익률이 11.24%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이 -4.39%를 기록한 것 대비 15.6%pt 아웃퍼폼한 우수한 성적이다.
특히 지난 5월 설정 초기만 해도 수익률이 3%대에 머물렀지만 수익률이 꾸준히
김 이사는 "펀드 운용보수의 50%를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기금으로 기부하고 있다"며 "해당 기금은 대북관련 사업에 지원되는 만큼 수익률과 함께 남북통일 발전에 밑거름이 되도록 운용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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