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0월 31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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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70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창원 지역 대표 공작기계업체 디엠씨는 엔저 파고를 넘지 못하고 올해 초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불행도 잠시, 디엠씨가 갖고 있는 기술 경쟁력에 힘입어 동종업체의 러브콜이 잇달았다. 디엠씨는 최근 지역내 동종기업 송마와 대만 공작기계업체 FFE가 구성한 컨소시엄으로 매각 본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2. 부산지역 강관업체 양보는 지난 2008년 리먼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거액의 환차손을 입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표류하던 양보의 운명은 조만간 새로운 활로를 찾을 전망이다. 지역내 비철금속 제조업체 삼강금속 등 3곳이 양보 보유 공장 3곳을 320억원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사장될 위기에 처했던 공장은 이들 기업의 사업확장에 쓰여 다시 빛을 보게 될 전망이다.
업황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중소 회생기업들이 속속 새주인을 찾고 있다. 영업 경쟁력을 상실해 자력 회생은 어렵지만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높은 평가를 받으며 잇따라 매각에 성공하는 모양새다.
31일 매일경제 레이더M이 집계한 인수·합병(M&A)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회사 사업부 및 자산 매각에 성공하거나 매각이 임박한 회생기업은 모두 17곳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회생기업 매각 건수(11건)를 웃도는 수치다.
M&A업계 관계자는 “최근 매각에 성공한 회생기업들은 대부분 외부 환경에 의해 재무상태가 악화된 곳”이라며 “법정관리 중이지만 생산시설과 기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사업 확장에 나선 지방업체들의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엠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디엠씨는 20여개국에 수출하는 등 2012년까지 꾸준히 영업이익을 냈으나 지난해 엔저 직격탄을 맞으며 수출경쟁력이 크게 악화, 올해 초 회생절차를 개시한 후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엠씨는 소형 부품을 정밀하게 가공 절삭할 수 있는 선반제조 기술 경쟁력이 남아있고 공작기계 산업도 회복되면서 국내외 업체 다수가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작기계 산업 강국인 대만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계약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측은 현재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논의 중이며 같은 시기 회생절차에 들어간 디엠씨의 관계사이자 공작기계 부품 제조업체인 일림나노텍도 인수의향자를 찾고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구제품, 원단, 위생용 마스크 등에 들어가는 고밀도 부직포를 만드는 한올글로텍은 최근 섬유업체 화신특수섬유휠타에 80억원에 주요사업부를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화신특수섬유 관계자는 “부직포 시장에서 오랜 업력을 쌓아온 한올글로텍의 판매 네트워크망과 기술을 인수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용건 기자]
◆회생기업 매물 쏟아진다…올해 1000개 육박
- 팬오션·팬션 등 '대어' 매각 관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법정관리에 의존하는 기업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15년래 최대치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 소재 중소기업부터 팬오션, 팬택과 같은 규모 있는 회생기업들까지 하반기 대기 매물로 나와 사업 확장을 노리는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촉진시킬 전망이다.
기업회생절차는 파산 위기에 있지만 청산보다 존속가치가 높은 기업을 구제하는 제도다. 기업은 파산을 막을 수 있고 채권자들은 기업이 법정관리를 통해 정상 궤도로 올라설 경우 파산 때보다 손실 폭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 이해당사자들에게 선호되고 있다.
특히 법정관리 중인 기업 대부분은 M&A를 회생수단으로 원한다. 이미 손실 누적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 자력으로는 기업을 회복시키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매각대금이라는 목돈까지 마련할 수 있는 M&A는 회생기업들이 신속히 채권변제금을 상환하고 법정관리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로 선호된다.
이처럼 회생기업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새주인 찾기에 성공해 회생절차를 종결지을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대다수 회생기업은 재무제표가 엉망인데다 영업력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드물어서다. 싼 가격에 나오는 회생기업을 인수하려는 투자자와 가능한 높은 값에 팔려는 매각자 간 가격 괴리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도 본계약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매각에 성공하는 회생기업들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특히 채권자 변제가 시급한 기업들은 기업 자산에 대한 가치 평가 기준을 낮춰서라도 매각에 적극적이다. 동양파워가 회사 내부적으로 1조원대의 가치를 매겼던 삼척 석탄화력발전소가 가격 때문에 팔리지 않자 4300억원대로 낮춰 포스코에 매각한 것이 좋은 예다.
회생기업에 대한 인식 자체도 개선되는 분위기다. M&A업계 관계자는 "과거 법정관리 제도는 더 이상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기업들의 도피처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말 그대로 '회생' 가능성이 남아있는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며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 법정관리 매물도 좋은 M&A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생기업들이 투자대상으로서 시장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기 위해선 기업 내부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회사 사업 및 보유자산가치를 대한 고평가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법원 파산부 관계자는 "일부 회생기업들은 M&A 한 번으로 변제금 대부분을 충당하겠다는 생각으로 터무니 없는 가격을 고수해 투자자들의 의지를 꺾는다"며 "M&A에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기업 대부분은 매각대상에 대한 가치 평가를 시장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회생기업에 대한 투자 분위기는 올 하반기 법정관리 최대어로 꼽히는 팬오션과 팬택의 매각 성사 여부를 통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일까지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받는 팬오션은 구조조정과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시켰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액 81018억원과 영업이익을 1153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 한데다 해운업황까지 살아나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은 지난 7일까지 LOI를 접수받은 결과 제출 후보가 많지 않아 접수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팬택은 지난달 12일 법정관리 신청 후 3주 만에 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용건 기자]
◆'탈출구' 찾는 법정관리 건설사
- 100위권 5곳 하반기 매각 절차
최근 3년간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건설업계에는 대기 매물 '적체' 현상이 발생했다. 수차례 매각에 실패했던 건설사들이 파산만은 막겠다며 올 하반기 잇따라 새주인 찾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 수혜로 건설업계 M&A가 활성화될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시공능력 순위 100위권(지난해 기준) 내 건설사는 모두 9곳이다. 이중 현재 매각절차를 진행 중이거나 이달 내 매각에 나서는 건설사는 남광토건, 쌍용건설 등 4곳이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극동건설을 포함하면 총 5곳에 달한다.
이처럼 법정관리 건설사 매물이 증가한 이유는 2~3년 전부터 회생절차를 개시한 건설사들이 많게는 5번 이상 매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동안 발행한 건설사 M&A는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던 신성건설이 SG그룹에 팔린 정도가 유일하다. 매각에 실패한 건설사들은 자금이 부족해 수년째 회생계획안을 이행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쳇바퀴 매각시도만 이어왔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전국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등 건설사 매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분위기다. 주택 부문을 중심으로 건설사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법정관리 기업이라도 국내외 수주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업체들은 어느 때보다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M&A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 매물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차갑지만 매각 의지가 강한 2곳 정도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부동산 경기 활성화 기대감에 인수 매력이 부각되는 곳은 수주력 있는 일부 건설사에 국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채 해소를 위해 사업장 대부분을 정리한 중소형 건설사들은 여전히 매각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영업 실적은 미미하고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어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통상 법정관리 건설사를 인수하면 경영정상화 시키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 5년, 비용은 인수대금의 5배 이상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건설경기가 여전히 저점인 상황에서 이런 위험을 감수할 만한 투자자를 찾기가 쉽은 현실이다.
법원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 인수의향서(LOI) 접수 결과를 보면 국내 대형 건설사나 사모펀드들이 사라졌다"며 "중소형 시공사들이 관심을 보이지만 자금증빙력 문제에 걸려 계약을 성사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살아남은 그들의 비결은?
- 부채 줄이고 몸값 낮춰…업황도 변수
#.회생기업 동양텔레콤은 최근 코스닥 상장사 빛샘전자에 인수됐다. 빛샘전자가 영업이익 하락 등 실적 악화에 따른 돌파구를 찾기 위해 동양텔레콤이 가진 기술 경쟁력을 탐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매각 성공 뒤에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숨어있었다. 지난해 한 차례 매각에 실패했던 동양텔레콤은 당시 2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되던 몸값을 낮췄다. 이어 송도 지역 보유 부동산을 80억원에 매각하고 채권변제금 일부를 상환하는 등 인수자들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 매각을 성사시키는데에 도움이 됐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회생기업은 해마다 불어나고 있는 반면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생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들 회생기업들이 성공적인 M&A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몸값을 낮추는 한편 부채를 최대한 줄여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자와 인수자 측의 가격 괴리는 M&A 계약이 무산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M&A에 반복적으로 실패하는회생기업의 경영진과 채권자들은 법원이 회생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기 전에 회생계획안을 실행할 수 있는 자금 조달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생기업이 속한 업종도 M&A 성사 여부에 중요한 변수다. 최근 제조업체들에 대한 수요는 있는 반면 건설·조선·해운업체들은 업황 침체가 지속돼 좀처럼 인수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전언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최근 3년간 법정관리 매물이 가장 많이 나온 분야는 건설, 조선, 해운에 속한 중견 기업들"이라며 "특별한 기술력이 없어 인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고 생산시설을 인수하기도 부담스러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이은 매각 실패로 시장 분위기를 감지한 법정관리 건설사들은 최근 부채 규모를 줄이고 몸값을 낮추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수의계약을 통해 이지건설과 계약을 진행 중인 동양건설산업의 매각대금은 150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줄었고 PF부채를 모두 해소한 쌍용건설의 매각가는 기존 대비 20% 수준인 2000억원대까지 낮아졌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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