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7년 엔저 때에는 중국 경기호황에 힘입어 코스피가 상승했지만 지금은 기업실적과 글로벌 경기 부진에다 엔저까지 추가돼 상승세를 키우기가 힘들다”며 “6일 유럽중앙은행(ECB) 양적완화 확대조치 여부에 주가 상승 기대가 쏠려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엔저와 코스피 등락 간에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엔저가 강해졌을 때 코스피는 상승세를 탔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3월 원화 대비 엔화값이 가장 높았던 때(3월 21일)와 9월에 바닥을 찍었던 때(9월 25일)를 비교하면 엔화가치는 9.7% 하락했지만 코스피는 오히려 6%나 올랐다. 지난해 11월 엔저가 강한 추세를 보이기 시작한 때(11월 11일)와 그해 말까지 엔화값은 원화 대비 8.2% 하락했지만 코스피는 1.7%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엔저에 따른 대형 수출주 피해로 코스피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상관관계가 줄고 있다고 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엔화 약세나 달러 강세 등 환율이 주가를 위협할 때마다 적극적인 매수로 코스피를 방어해 온 증시 구원투수로서 연기금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500억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4일 하루에만 순매도 규모는 1052억원이나 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연기금이 4분기에 자금 집행 규모를 늘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초엔저로 맥을 못추는 코스피 하락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상적으로 연기금은 4분기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는 10월 이후로도 41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가 9월 말부터 이날까지 4.2% 추락하는 동안 지수를 전혀 지탱해 주지 못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매년 연기금 전체 순매수 규모의 35~40%가 4분기에 집행됐는데 올해는 11월 들어서도 매수 강도가 강해질 기미가 없다”면서 “연기금이 과거보다 방어적 태도를 보이면서 보유 종목 수익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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