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겉으로는 현재 재무 상황보다는 향후 성장 가능성을 보고 대출해주는 ‘기술금융’을 강조하지만 담보가 없으면 금리 조건을 까다롭게 매기고 있는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별로 실제 신규 취급하거나 만기 연장해주고 공시한 중소기업 운전자금용 신용대출 평균금리를 비교한 결과 총 17개 시중·지방은행 가운데 올해 2분기보다 3분기에 대출금리를 올린 곳은 전북, 국민, 우리, 수협, 한국SC, 한국씨티 등 6곳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정책금리를 인하(2.5%→2.25%)함에 따라 시중금리가 떨어지는 추세에서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역주행한 셈이다.
또 10월 15일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에 3분기에 대출금리 인하 요인은 더 컸지만 ‘은행권의 이중적인 대출행태’가 불거지고 있다. 전북은행은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를 올해 2분기 7.15%에서 3분기 7.66%로 0.51%포인트 높게 받았다. 국민은행은 7.58%였던 대출금리를 7.62%로 올렸다. 두 은행 모두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7%대 대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우리(0.24%포인트) 수협(0.06%포인트) 한국SC(0.92%포인트) 한국씨티(0.71%포인트) 등도 대출금리를 일제히 높였다.
은행별로 대출 평균금리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준금리를 낮추는 대신 가산금리를 고무줄처럼 늘려서 중소기업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해서 계산된다. 이 중 가산금리는 자금조달금리와 전략에 따라 은행들이 자체 기준으로 정할 수 있는데 사실상 ‘꼼수’로 조작한 셈이다.
올해 3분기에는 가산금리만 1%포인트 이상 올린 은행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한국SC은행은 기준금리 인하(0.16%포인트)에도 불구하고 가산금리를 1.08%포인트나 높여 평균 대출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우리은행은 3분기에 기준금리를 0.22%포인트 낮췄지만 가산금리를 0.46%포인트 높였다. 이로 인해 평균 대출금리가 0.24%포인트 상승하게 됐다. 다른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적당히’ 내려서 면피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별 절대금리 기준으로도 금리 차이가 컸다. 연 7%대 금리를 매기는 국민은행에 비해 신한은행은 4%대 후반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이 같은 금리 차이를 생각하면 ‘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하겠지만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주거래은행에 발목이 잡혀서 이동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이자를 떠안아야 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중소기업에 ‘보증서 담보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담보 없이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은행 문턱이 여전히 높다”며 “한국은행 정책금리가 떨어졌는데도 실제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높아진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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