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복잡할수록 판단의 기준은 단순해져야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과 밀튼 프리드먼 두 명에게서 교훈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레이엄은 주식투자가 ‘가치를 잣대로 기업의 소유권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가 가격보다 높을 때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프리드먼은 주식투자를 ‘기업이 수익을 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성장 외에 주주 친화 여부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가치는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다. 그 현재 가치와 자본 총계의 차이가 바로 성장가치다. 성장가치가 커지는 시장이 강세장이다. 하지만 저성장 국면에서 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는 차선으로 현재 가치가 자본 총계에 접근해 있을 때가 투자 적기인데, 그게 바로 지금이다. 최소한의 주주가치, 자본 총계 레벨을 기준으로 현재(Trailing)PBR 1배는 올해 말 1920, 내년 말에는 2020으로 높아진다. 하방 위험은 제한적이고, 상방 기대는 커지는 시기다. 바뀐 투자의 잣대는 주주가치에 있고, 이는 지배구조 개선이 수반될 때 가능하다. 높은 PER와 낮은 PBR에서 기회는 낮은 PBR다. 상단을 열 수 있는 핵심 동력은 두 가지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소비 정상화와 연동되는 글로벌 교역량 증가 여부이고, 대내적으로는 주주가치와 오너가치의 간극이 좁혀지는 신호로서의 지배구조 개편이다.
기간이 지체되고 있을 뿐 코스피가 주주가치 회복과 글로벌 경기 정상화에 힘입어 전진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종목 선택은 고민이다. 성장이 사라지면서 비싼 주식이 더 비싸지고, 싼 주식은 더 싸지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저성장이 당장 해소되지 않는 이상 성장주 상승세가 단숨에 꺾이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너무 비싸다. 글로벌 경기는 완만하지만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점점 방향이 가치주로 옮겨갈 것인 만큼 전환기 국면을 활용할 수 있는 콘셉트 발굴이 필요하다.
전환기에 나타나는 성장주와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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