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 272억원이 순유입돼 9월 23일 이후 30거래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 30거래일 이상 자금이 모인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2조1303억원에 이른다. 증시가 발목 잡힌 상황에서 투자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것.
배당주·가치주 펀드가 중위험·중수익 투자처로 떠올랐고 최근 삼성SDS 공모주 청약을 노린 공모주 펀드 자금 유입도 가세하면서 순유입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저금리 폭탄을 맞은 연기금·보험사들이 주식형 자산 비중을 높인 것도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함정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채널영업본부 상무는 “과거에 비해 기관 고객 비중이 크게 늘어 기관 자금 비중이 50%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 자금 유입이 30거래일 이상 지속된 것은 지난 10년간 세 차례가 전부다. 이 가운데 두 번은 국내 주식형 펀드 잔액이 80조원을 돌파하면서 ‘펀드 붐’ 정점을 찍은 2007년에 세운 기록이다.
최초로 2007년 5월 28일부터 66일간 자금이 순유입하면서 사상 최장 기간 자금 유입 기록이 만들어졌고 이어서 같은 해 12월 10일부터 2008년 2월까지 45일간 유입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스피가 박스권을 횡보하는 상황에서 자금 유입세가 지속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배당주·가치주 중심의 자금 유입 현상도 뚜렷하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투자자들 요구 수익이 낮아지면서 예금 수익을 1~2%포인트 앞서 안정성도 갖춘 수익형 상품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형주 약세로 배당·가치주 펀드에 대한 자금 집중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배당주 상승 모멘텀은 분명하지만 지난 7~8월과 같은 경이로운 수익률에서는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하면 펀드에 유입된 자금이 급격히 빠질 것이라는 염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투신권(자산운용사)을 중심으로 한 수익 실현 매도는 박스권 돌파 고비 때마다 걸림돌로 작용하곤 했다.
7월 말 코스피가 연중 최고점인 2093.08을 기록한 이후 투신권은 11거래일 동안 4807억원을 팔아 치웠다. 기
함 상무는 “2000선을 넘어서면 대형주 중심 펀드에서는 환매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배당주 펀드 비중이 높아 연말 배당시즌 등 계절적 요인으로 자금 유입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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