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공모·사모·투자일임 포함)는 삼성SDS 공모주 우선 배정에서 약 23대1의 청약경쟁률로 주식을 배정받았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에 배정된 물량이 전체 공모 물량의 10%인 60만9960주인 것을 감안하면 해당 펀드가 청약한 물량은 1400만주 수준이다.
134.91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일반투자자에 비해 주식 수 기준으로 3배가 넘는 물량을 쓸어담은 것.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1억원당 배정 물량은 22~23주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반투자자의 인수 물량은 1억원당 7주 선이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전체 투자자산의 30% 이상을 국내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과 코넥스 상장 주식에 투자하며 1인당 연간 5000만원 한도에서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비우량 채권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져 지난 5월 가입 촉진을 위해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이 주어졌다. 증거금 없이 공모주의 10%를 우선 청약할 수 있는 특권이다.
삼성SDS 공모주 청약에 국민연금 등 덩치 큰 연기금·기관투자가가 몰리면서 공모주 펀드가 수백 대 1의 경쟁률로 주식을 배정받는 동안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사실상의 공모주 펀드 노릇을 한 셈이다.
삼성SDS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가의 경쟁률은 651.5대1에 달했다. 실제 경쟁률과는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의 공모주 펀드 운용사들이 원하는 만큼 주식을 담지는 못했다. 투자일임형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채권투자자문의 김형호 대표는 “증거금을 낼 필요 없는 하이일드 펀드들이 대부분 설정 잔액의 4~5% 규모로 삼성SDS 주식을 인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상장 후 100% 상승을 가정할 경우 펀드 수익률에 2~2.5%포인트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쿠쿠전자의 공모주 청약에서 수익률이 단번에 1.8%포인트 오르는 효과가 있었는데 대형주일수록 이 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보호예수기간과 펀드 설정액 증가로 인한 수익률 희석이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운용사별로 제시한 보호예수기간에 따라 최장 3개월간 매도 제한이 걸릴 수 있다. 삼성SDS 청약을 앞두고 펀드의 잔액도 크게 늘어난 상태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공모형·사모형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150개의 설정 잔액은 1조66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 1조원을 돌파한 이래 3개월 만에 1.5배 성장한 것. 지난달 말에 비해 한 주 동안 3000억원 넘는 자금이 새로 유입됐다.
삼성SDS 청약이 끝난 현재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청약을 통해 삼성SDS 공모주에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모형·사모형 펀드의 경우 상장일인 14일 전에만 자금을 넣으면 수익이 반영되지만 수익률 희석을 막기 위해 대부분 ‘소프트클로징(일시적인 모집 정지)’을 해둔 상태다.
또 투자일임형의 경우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전날까지는 돈을 넣어야 공모주 투자가 가능하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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