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국내 배당주 펀드(70개) 설정잔액 6조2052억원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를 빼놓고서는 배당주 펀드를 논할 수 없을 정도다.
2003년 출시돼 설정 10년이 넘은 이 펀드는 지난 7~8월 정부의 배당촉진정책이 발표되면서 설정잔액이 급증했다. 최근 3개월간 유입된 금액만 1조332억원에 이른다. 배당 확대에 대한 시장 기대가 6년 만에 공룡펀드 부활을 이끈 셈이다.
국내 펀드시장 역사에서 3조원대 펀드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 2007년 펀드 붐 막바지에 나온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가 출시 1개월 만에 자금 4조7000억원을 끌어모은 것이 최고 기록이다. 2008년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1’도 한때 설정액이 3조5000억원을 넘겨 인사이트펀드 이후 유일한 3조원대로 기록됐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특히 가치주·배당주 펀드 중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대형주 일색이던 주식형 펀드 시장 트렌드가 가치주·배당주로 완전히 바뀐 것을 방증한다. 시장에서는 펀드 몸집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수익률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역대 3조원급 펀드들의 끝이 좋지 않았던 역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9월 이후 주식시장 하락 국면에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불안감을 부추겼다. 10일 기준 이 펀드(대표 유형)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4.38%를 기록했다. 자금이 급증하는 기간에 수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찍은 것. 근래 1개월간 수익률도 -2.55%로 저조했다.
하지만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는 “투자기간 2~3년 상품”이라며 “단기수익률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 운용전략은 배당주와 가치주에 동시에 투자하는 것이다. 가격이 저평가됐다면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굳이 가리지 않는다.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삼성전자(펀드 자산의 약 10%)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포트폴리오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은 대부분 LG(3.63%) 현대차(3.53%) LG전자(2.88%) 등 대형주가 많았다. 배당수익을 위해 대형 종목의 우선주 투자도 병행했다. 아모레퍼시픽우선주와 LG전자1우선주, 맥쿼리인프라 등에 3% 넘는 비중을 할애했다.
이 펀드의 대표 매니저인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CIO)은 “대형주 가격이 좋았던 지난해에는 상대적으로 싼 중소형주를 많이 담았지만 지금은 대형주가 어느 때보다 싸다”며 “단기수익률이 안 좋을 수도 있지만 투자기간 2~3년을 놓고 보면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라도 운용철학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 그는 “펀드 회전율이 50%에 미치지 않을 정도로 투자자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펀드의 올해 초 이후 수익률은 8.6%(대표 유형)로 여전히 양호하다.
하반기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져 배당주를 고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기업의 배당 재원인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배당촉진정책에 따른
허 부사장은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 규모가 줄어들어서 투자할 종목을 고르기가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며 “내년도 기업들의 배당 성향이 적어도 올해보다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배당주 투자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본다. 연 10% 이상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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