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배당을 적게 하는 기업을 선별해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저배당 기업 감시 리스트를 만들어 개별적으로 비공개로 통보하고, 1년이 지나도 배당을 늘리지 않으면 외부에 공개하는 식이다.
12일 정부와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에 의뢰해 만든 ‘국민연금의 배당기준 수립 방안’ 보고서에 대한 공청회를 13일 개최한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도 국민연금 배당 가이드라인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확인돼 공청회 이후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배당에 인색해 해외 연기금 같은 장기투자자의 자금 유입을 막는 한편 국민연금의 수익률 제고에도 문제가 많았다”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국민연금의 재량권을 거의 없앤다면 관치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국민연금의 배당 관련 지침은 ‘회사의 적정배당 정책에 의한 배당에 찬성한다’는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돼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우선 총자산 대비 순이익(ROA), 총자본 대비 순이익(ROE) 등 20여 개 지표를 활용해 기계적으로 과소 배당 기업을 선정한 후 개별 통지한다. 둘째, 과소 배당에 대한 기업의 해명을 듣는다. 셋째, 저배당 기업으로 분류된 기업들이 일정 기간 개선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경우 비공개 중점감시기업(포커스 리스트)으로 지정한다. 넷째, 그래도 배당 관련 정책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공개로 전환하거나 국민연금이 직접 주주총회에 의안을 제안하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도록 권고한다.
12일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들고 있는 상장사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전체 상장사의 10분의 1이 넘는 277개사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배당 가이드라인 개정은 세계 각국 대비 지나치게 낮은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을 높이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기준 한국의 유가증권시장(KOSPI) 배당수익률은 1.2%로 영국(FTSE100) 3.6%, 프랑스(CAC40) 3.1% 등 선진시장뿐만 아니라 신흥시장 평균(MSCI EM) 2.6%
[조시영 기자 /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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