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의 보험코칭] 만취한 보행자, 횡단보도 지나다 차와 부딪힌 경우 과실은?

#사무실에서 잔뜩 스트레스를 받은 A씨는 퇴근길에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업무에 대한 하소연을 비롯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거나하게 취한 채 귀가하게 됐다. 버스를 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A씨. 길을 막 건너기 시작한 찰나, 횡단보도를 향해 달려오다 급정거 하던 B씨의 차량에 부딪혀 큰 부상을 당했다. A씨가 건너던 횡단보도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로, B씨는 운전자인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지만 만취한 A씨가 자신의 차량을 보지 못한 것도 일부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따졌다.
술에 취해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를 당한 A씨에게 과실은 있을까?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보행자 A씨의 과실은 약 20%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만취한 보행자가 길을 건너다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행자 과실이 인정된다. 약 10% 정도. 술에 취한 보행자가 부주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과실을 묻는 것이다.
특히, 야간에 발생한 사고의 경우에는 보행자 과실이 약 10% 가산된다. 사고 발생 시점이 야간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앞을 살피기 힘든 정황임을 감안, 보행자의 과실이 이같이 가산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시다.
다만,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있었다면 보행자가 만취한 상태라도 운전자에게 과실이 100% 인정된다. 이 경우 보행자가 보행자 신호에 길을 건너다 난 사고의 경우로 한정된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