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선업의 대표주자인 현대중공업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때 3위까지 올라섰던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는 어느새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불과 3년여 전까지 40조원을 넘어섰던 시가총액은 8조원대까지 감소했다.
계속되는 어닝쇼크에 증권가의 기대감도 식어가면서 내년 실적 전망치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악재가 첩첩산중…어닝쇼크에 노조파업까지
3~4위를 지키던 시가총액 순위는 27위까지 떨어졌다. 사실 이나마도 많이 회복된 것이다. 주가가 8만9500원까지 떨어졌던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 순위는 37위였다.
가장 큰 문제는 실적이다. 지난 2010년 5조531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1년 4조5610억원, 2012년 1조9932억원, 2013년 8019억원으로 내림세를 지속했고 올해 들어서는 3분기 누적으로 3조2273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얼어붙은 시장 환경에서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을 벌이다보니 자연스레 저가 수주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점이 결국 올해 대규모 손실로 돌아온 것이다. 또 '대박 아니면 쪽박'이 되는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도 공정지연, 재설계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특히 손실 규모가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규모여서 시장 충격이 더욱 컸다. 현대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는 -1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실제 발표치는 -1조1037억원이었다. 이어 3분기에도 증권가는 손실규모가 대폭 줄어 -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로는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1조9346억원을 기록했다.
임금단체협상 차질로 노조파업이라는 악재도 있다. 노사 양측은 지난 6개월간 50회가 넘는 교섭을 벌였지만 기본급 인상 등을 두고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임단협 요구안 관철을 위해 상경 투쟁 등 투쟁 수위를 높여가면서 연내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노조 파업이 현실화되면 하루 1030억원의 매출 손실과 160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통상임금 판결 결과도 주가 부담 요인이다.
◆"턴어라운드 논하기엔 이르다"
'침몰하는 거함', '신뢰회복까지는 시일 소요', '성급한 희망을 기대했던 원죄', '대규모 충당금 설정에도 주저하게 되는 이유들'. 최근에 발표된 현대중공업에 대한 증권사 보고서 제목들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대규모 적자 이후 대규모 경영진 교체, 임원감축, 사업구조조정 등에 나서며 위기 탈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아직은 냉담하다.
Fn가이드 기준 현대중공업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5722억원이다. 이는 불과 5개월여 전인 지난 6월의 전망치 1조1675억원에 비해 절반 가량 줄어든 금액이다. 최근 1개월 내에 우리투자증권, KDB대우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등 9개 증권사가 현대중공업에 대한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2분기와 3분기에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해 대규모의 적자를 또 기록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본격적인 실적 회복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의 성패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업황 불황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실적 개선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또 급격한 주가 하락으로 인한 단기 반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저평가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부문 수주잔고가 다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라며 "조선의 불황은 구조적인 문제기 때문에 상선발주에 나서는 해운사들 역시 고선가에서의 상선발주를 기피하는 상황은 반복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향후 수주증가가 나타나는 시기는 결국 저선가일 가능성이 높으며 실적악화가 반복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현대중공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 수준으로 저평가 매력이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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