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사진)이 20일 사임했다. 취임을 하루 앞둔 윤종규 KB지주 회장 내정자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장을 비롯한 KB지주 사외이사들은 KB사태와 관련해 ‘책임져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의장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금융위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계없이 오랫동안 사외이사직을 역임해 그만두는 것”이라며 “차후 의장 대행은 김영진 사외이사가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장은 지난 2010년 3월 선임돼 내년 3월이면 임기 5년을 채운다. 더 이상 연임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KB사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머지 KB지주 사외이사 8명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KB지주의 한 사외이사는 “이 의장이 평소에도 건강 문제 때문에 사의를 고민했지만 이사회에 부담을 줄까봐 사임하지 못했다”며 “21일 주주총회 직후 열릴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거취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까지 임기 만료를 앞둔 KB지주 사외이사는 5명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 중도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금융위가 보류하고 있는 KB지주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이날 마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도 사실상 KB금융 내분 사태 때 드러난 사외이사 문제를 겨냥한 것이다.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사외이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감안한 셈이다. KB지주 이사회에서는 반발도 적지 않다. 현직 교수인 KB금융지주의 다른 사외이사는 이 규준에 대해 “관리감독기관
국민은행 사외이사들도 거취를 결정하기 위해 논의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경영진과의 갈등 문제에 책임을 느낀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힌 만큼 중도 사퇴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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