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CEO 최창우(39) 씨가 자신이 직접 만든 호텔 브랜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호텔사업이 10여년 간 종사하던 건설업을 포기하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
지금까지 살면서 주위에 이처럼 노동(?)을 즐기는 인물은 몇 손가락 안에 꼽는다. 지난 17일 만난 오클라우드 호텔(OCLOUD) 최창우 대표(39)는 이들 중 한명이다.
그는 호텔업계 밑바닥부터 커온 전형적인 호텔리어와는 거리가 멀다. 남은 인생을 호텔에 올인하기로 결정하고, 업무를 시작할 무렵 그는 오래된 호텔업계의 관습과 상명하복(上命下服) 즉, 윗사람이 지시하면 아랫사람은 따라야하는 군대식 위계질서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원래 대학에서 도시계획학과를 전공하고, 재건축 컨설팅사와 건설회사, 신탁사를 두루 거친 뼛속까지 ‘건설통’이기 때문. 보수적이고, 딱딱한 업무환경에 제법 친근한 그였지만 그 이상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출근 첫날 경직된 직원들 모습을 보면서 이들을 바라 볼 고객들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날 결심했죠. 고객들을 면대면으로 대하는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CEO가 되어야겠다”
그 후 최대표의 낮 시간은 호텔경영, 밤에는 팀원들을 직접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날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오클라우드 호텔이 위치한 서초동 1303 일대는 원래 오피스텔로 개발해 분양하려던 곳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결과도 처참했다. 이때 토지주를 설득해 용도를 호텔로 변경하자고 제안한 이가 바로 당시 KB부동산신탁에 근무하던 당시 최창우 과장이다.
그는 “이면도로에 위치한 입지라 오피스텔보다는 호텔, 그것도 요즘 제주도에 공급이 쏟아지고 있는 분양형 호텔이 아닌 관광호텔이면 승산이 있어 보였다”며 “때마침 한국은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었고, 비즈니스 고객들도 상당할 것으로 확신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달 초 문을 열자마자 주말 객실가동률이 50%까지 올라갔다. 그 흔한 광고나 홍보 전단지 한 장 없이 그저 호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서만 이뤄낸 수치였다.
초기 호텔들이 시장에 진입 시 흔히 사용하는 가격할인도 없었다. 최 대표는 “여느 호텔들처럼 초기 6~7만원으로 할인하면 객실가동률을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지만 나중에 제값받기가 힘들어진다”며 “이 호텔은 앞으로도 객실 이용료 12~15만원을 고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호텔 개점은 했지만 11월 한 달 동안 미진한 부분을 체크 및 보완한 후 오는 12월 1일 그랜드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운영방식을 전적으로 믿어주는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호텔 경력이 10년 이상인 직원들이 보기에 최 대표의 의견이 못마땅할 법도 한데, CEO의 입장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자기 의견을 제시하는 최 대표의 모습을 존중했다.
이는 개점 후 한 달 이상을 객실에서 생활로 직원들과 동거동락(同居同樂)하며 끊임없이 소통한 결과다.
다른 건 몰라도 객실 내 ‘침대’는 최고급으로 마련했다. 그가 과거 출장이 잦을 때 침대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또 객실 벽면에는 눈에 거슬리는 벽화나 장식 없이 편안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이 모든 것이 고객의 눈높이에서 이 호텔에 적용한 것들이다. 또 기업체나 학교 등 단체고객을 위한 대형 세미나실, 피트니스센터, 강남역 주변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옥상정원 등 세세하게 챙긴 부분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최 대표는 사람이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듯 호텔 역시 프론트(Front)의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프론트가 밝고 즐거워야 오가는 고객의 만족감이 증폭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 [최창우 대표는 130만원 월급쟁이 일 당시 회사에 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준 재건축 추진의 달인이다. 개포4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결성도 그의 작품. 지금은 오클라우드 호텔(OCLOUD HOTEL)을 3년 내 호텔체인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
하다못해 직원을 채용할 때도 학연·지연·혈연보다 중요한 것이 스토리(사연)다. 이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는 동생의 등록금을 위해 일하는 사람, 호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던 사람, 조각가까지 스토리가 없는 이는 찾아 볼 수 없다.
최 대표는 “규모나 매출에서 최고가 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서비스나 편안함만큼은 최고가 될 수 있다”며, “경직된 예의바름보다는 자유로운 편안함을 추구하다보면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매출을 위해 본격적인 마케팅도 전개할 예정이다. 관광호텔 특성상 기업체나 개별자유여행(Free Independent Tourism, FIT) 고객이 주요 타깃이다. 정기적으로 이벤트도 열어 구전효과도 노리고 있다.
아울러 명동, 동대문·남대문 등 쇼핑시설과 경복궁, 삼청동, 인사동 등 관광지가 즐비한 강북지역으로 셔틀버스를 운행, 강북이탈 고객도 잡을 복안도 갖고 있다.
또 강남 맛집 지도와 관광지도를 제작할 계획이다. 강남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최신 트렌드를 호텔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좋은 목적과 수단이 있다 한들 혼자서는 무용지물이다. 최 대표는 이미 호텔 경영이 ‘팀플레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농구시합에서 경기를 지배하는 팀은 각 포지션마다 호흡이 잘 맞는 것처럼 말이다.
“개점 초기라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호텔이 안정화에 접어들면 몇 년 후 우리를 배우러 오는 호텔관계자가 많을 것”이라며 호텔업계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낸 그는 “주변에서 나에게 ‘운이 좋다‘고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내 젊음이 이 호텔과 함께 나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힘들고 어렵고 괴로운 일도 얼마든지 즐겁게 해낼 것”이라며 “내게 이 호텔은 내 인생의 스토리이자 즐거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매경닷컴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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