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1월 21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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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그룹이 홍보대행사 휘닉스홀딩스를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이하 와이지엔터)에 '헐값'에 매각했다. 업계 일각선 범삼성가(家)로 분류되는 보광그룹이 평소 삼성그룹과 친분이 두터운 와이지엔터에 일종의 혜택을 베푼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이번 딜에 정통한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와이지엔터가 삼성그룹과 매우 친밀한 관계"라며 "이번 딜이 성사되는 데는 삼성가의 입김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와이지엔터는 구주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보광그룹 계열사 휘닉스홀딩스 지분 39.54%(1110만4385주)를 500억원에 취득키로 했다고 밝혔다. 취득 예정일은 오는 28일이다. 유증에 참여하는 양현석·양민석 형제의 지분을 합하면 매각 지분은 50%를 넘는다.
보광그룹은 유통·종합레저(휘닉스파크)·반도체(휘닉스소재) 등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기업이다.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의 막내동생, 즉 이 회장의 처남이다.
와이지엔터와 별다른 인연이 없는 보광그룹이 휘닉스홀딩스를 매각한데는 인척관계인 삼성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와이지엔터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아시아 투어를 개최하고,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과 의류브랜드 '노나곤'을 런칭하는 등 평소 삼성그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평소 사업 구상을 위해 양현석 와이지엔터 회장을 자주 면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에서 보광그룹은 매각 차익보다는 '회사를 잘 팔았다'는 명분이 서는 인수후보를 찾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와이지엔터는 보광그룹측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전혀 지불하지 않고 시가(19일 종가 기준 6870원)의 절반 가격(주당 3500원)에 구주를 인수했다.
휘닉스홀딩스가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코스피 상장업체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고 인수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와이지엔터는 얼마전 글로벌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으로부터 약 827억원을 투자받태다. 덕분에 자사 자금은 전혀 쓰지 않고 신규사업 확장에 용이한 상장사를 손에 넣게 됐다.
휘닉스홀딩스는 올해안에 유상증자와 현금성 자산 매각을 통해 약 106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해당 자금은 화장품(문샷)·의류(노나곤) 등 와이지엔터의 신규 사업에 쓰인다. 와이지엔터 입장에선 휘닉스홀딩스를 통해 비용처리 문제 등 본사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게 된 셈이다.
보광그룹 입장에서도 이번 '헐값 매각'으로 손해만 본 것은 아니다. 보광그룹은 올초부터 실적이 악화된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며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었다. 휘닉스홀딩스 역시 올 상반기말 합작선이던 2대주주 일본 덴쯔가 지분을 매각해 새주인을 찾아야만 했다. 비록 적정 가격에 팔진 못했지만 적자 회사를 빠른 시기에 매각하면서 부실화를 막았다는 평가다.
와이지엔터 관계자는 "이번 딜은 보광그룹과 와이지엔터가 양쪽 다 윈-윈 했다고 볼 수 있다"며 "향후 휘닉스홀딩스를 기반으로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진출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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