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 영향으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경기가 불투명해지면서 러시아 펀드 수익률이 또다시 얼어붙고 있다. 이미 올해 들어 손실이 20%를 넘었지만 통화와 증시 동반 하락 속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펀드 11종의 평균 수익률은 -27.89%로 개별 유형 가운데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많은 손실을 기록했다.
일부 펀드는 설정 후 수익률이 -70%대를 기록하는 등 말 그대로 최악의 펀드다. 2일 기준 전체 설정잔액이 4872억원인 펀드가 손실을 키우면서 순자산은 1872억원으로 줄었다. 러시아 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많은 ‘JP모간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A’는 연초 후 31% 손실을 내고 있다. 2007년 설정된 이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71.52%다.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우리러시아익스플로러증권투자신탁 1[주식]Class A1’도 연초 이후 -20.92% 수익률을 기록했다.
러시아는 올해 소치 동계올림픽과 포뮬러원(F1) 그랑프리 등 굵직한 스포츠대회를 열고 국내 산업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 초에는 성장의 불씨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크림반도 분쟁으로 서방 국가들이 제재 수위를 높인 데 이어 주요 수출품인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까지 폭락하면서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러시아 RTS지수는 연초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루블화도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가 실패로 끝난 이후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달러당 루블화는 5%가 빠지면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펀드의 최근 수익률도 급락하고 있다. 2일 기준 러시아 펀드 주간 수익률은 -6.79%다. 일부 상품은 일주일 만에 8% 넘는 손실을 입기도 했다. 대부분 석유와 원자재 관련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행태도 손실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JP모간러시아 펀드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회사인 루크오일에 투자한 비중이 10.31%에 이르렀고, 우리러시아익스플로러
한 운용사 매니저는 “올해 들어 달러당 루블화값이 40% 하락하면서 대외 부채 부담이 커져 당분간 러시아 펀드 수익률이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며 “에너지·금융주 비중을 줄이고 소비재 투자를 늘려 손실을 일부 방어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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