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으로 국내 기관의 제일모직 청약 물량이 20배수 이상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 기준으로 13조~15조원으로 추정된다. 제일모직을 커버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이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에 가까운 금액을 써 냈다”고 전했다. 해외투자분 7조원을 포함하면 전체 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예측 마지막 날에 더 많은 청약금이 몰리는 것을 감안할 때 세 자릿수 이상의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수요예측 참여도 점쳐진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아직 수요예측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 청약 경쟁률이 삼성SDS 청약 경쟁률을 뛰어넘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진행됐던 삼성SDS 수요예측에서는 총 1075개 기관이 참여해 23억8436만여 주를 신청하면서 651대1의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쿠쿠전자(598.9대1)와 BGF리테일(337.1대1)을 뛰어넘는 올해 최고 경쟁률이었다.
제일모직의 흥행 열기는 이미 해외 수요예측에서 감지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홍콩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에서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사전 수요예측을 한 결과 7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해외 기관 사전 경쟁률이 10대1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해외 기관 역시 마감 직전에 청약신청이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기관 경쟁률은 삼성SDS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모직 상장 대표 주간사인 KDB대우증권은 3~4일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사전 수요예측을 하고 청약신청을 받는다. 희망공모가는 4만5000~5만3000원이다.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8일까지 공모가를 확정하고 10~11일 일반 투자자 청약을 진행한다. 전체 공모 규모는 1조2937억~1조5237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50%는 기관투자가에, 10%는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에 배정되며, 개인투자자들은 나머지 40% 물량을 놓고 청약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높은 목표주가를 내놓고 있다. 키움증권은 희망 공모가 범위(4만5000~5만3000원)의 2배 수준인 9만1000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제일모직 영업가치에다 보유 중인 삼성생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를 합쳐 총기업가치가 10조5000억원가량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KTB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제시했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사업부의 수익 성장으로는 성장 여력에 한계가 있다”며 “현재 4%에 불과한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준을 높이려면 총자산의 80%에 육박하는 비유동자산을 좀 더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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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예측:기업공개(IPO)를 할 때 공모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대표주관회사가 공모예정기업의 공모희망가격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수요상황(가격 및 수량 등)을 파악하는 절차를 말한다.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기 전 기관투자가 등으로부터 수요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공모가격을 정한다.
[용환진 기자 / 장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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