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논란이 있는 기업의 75%가 회계감사 과정에서 별 문제 없이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회사와 감사인의 법적책임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법원 자료 분석 결과 25%의 회계법인만이 한정 혹은 의견거절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회계법인은 피감사기업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을 경우 한정 혹은 의견거절을 표명할 수 있는데 이는 피감사기업의 상장폐지 요인이 된다. 패널로 참석한 권혁재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기업에 사형선고와 같기 때문에 회계법인으로서는 한정 혹은 의견거절을 표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연구는 2006년 이후 소장이 접수돼 2014년 5월 이전에 선고가 이뤄진 44건의 판결을 표본으로 했다. 2013년 선고 수가 13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최근 회사와 회계법인의 법적 책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평균 소송 청구액은 10억2800만원이었고, 회계법인은 57%가 패소했다. 회계법인들은 평균적으로 약 62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44개 회계법인 중 약 66%는 상장폐지 등 거래소의 제재를 받았다.
이 교수는 회계법인이 피감사기업으로부터 비감사서비스를 같이 맡는 것이 분식회계를 더 잘 잡아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컨설팅 등 감사업무 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계법인의 경우 패소율이 감소했다”며 “비감사업무를 통해 피감사기업에 대해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연구 결과는 비감사서비스가 공정한 회계감사를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기존 인식과 상반된 것이다. 그동안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 되는 회계법인만 상장사를 감사하는 감사인등록제를 도입하는 것도 분식회계 적발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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