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표 민간임대 집중탐구 ① 1·3세대 룸셰어링 ◆
“월세도 10만원 이상 저렴하고 할머니가 잘 챙겨주셔서 계속 살고 싶어요.” 서울 서대문구는 올해부터 연세대·이화여대·명지대 등 관내 대학 재학생과 휴학생을 대상으로 홈셰어링 사업을 시작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65세 이상 어르신은 5가구로 관내 대학생 6명과 방을 나눠 쓰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 학생은 “자취할 때는 40만원 정도 냈지만 지금은 30만원(식비 5만원 포함)만 내고 살고 있다”며 “할머니가 편하게 해주시고 시설도 전에 살던 집보다 좋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노인과 대학생을 매칭해 주는 ‘1·3세대 융합형 홈셰어링’은 지난해 노원구에서 시작해 서대문구·광진구로 확산되며 특히 지방에서 올라와 월세 부담이 큰 학생들의 주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노원구 관계자는 “올해 서울여대 광운대 등 관내 대학생 34명을 어르신 가구와 연결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민간임대 2만호 계획에서 이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에 고려대 성신여대 한성대 동덕여대 등 대학이 소재한 성북구에 5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학생은 학교 근처에 싼 임차료로 주거지를 확보하고 어르신은 고립감을 덜고 남는 방을 임대해 월 20만원 내외 임대료 수입을 거둘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극히 일부 대학생만 수혜 대상이라는 점이 근본적인 한계다. 애초 취지와 달리 어르신과 학생이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한 사례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대상과 효과가 제한적이다 보니 청년층 주거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대융합형 룸셰어링은 극심한 전·월세난 해결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민간에서 이런 방식으로도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걸 알리는 효과가 크다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일부 부분임대형 주택을 도입하는 것은 이 같은 룸셰어링 사업을 확대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분임대로 건축허가를 받으면 한 가구에 두 개 출입문이 설치돼 임차인은 사생활을 어느 정도 보호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지웅 기자 / 신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