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공모 DLS 28개에서 이날 ‘녹인(Knock-In·원금손실)’이 발생했다. 발행액 기준으로 510억원, 원금손실 가능액은 204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28일 국제유가가 70달러 밑으로 내려가면서 18억원 규모의 예상 원금손실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피해 규모가 10배 이상 커진 셈이다.
이날 손실 구간으로 접어든 DLS는 WTI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상품이 특히 많았다. 최근 WTI의 가격 하락 속도가 좀 더 가파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WTI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DLS는 26개에서 약 182억원의 예상 원금손실이 발생했다. 1월 인도분 WTI유는 지난 8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2.79달러(4.24%) 내린 63.05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DLS는 7개(5개는 WTI와 중복)에서 약 22억원의 예상 원금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배럴당 2.88달러(4.17%) 내린 66.19달러까지 하락했다.
모건스탠리는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내년 하반기 배럴당 43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실제 60달러까지 하락하면 원유 DLS의 추가 손실액은 약 900억원, 50달러까지 하락하면 누적 손실액은 3900억원으로 커진다. 모건스탠리의 예상대로 배럴당 43달러까지 내려가면 누적 손실액은 5700억원까지 커질 수 있다. DLS 발행액이 통상 공모보다 사모가 2~3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손실 가능액은 최대 1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고은진 하나대투증권 원자재 담당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총생산량 유지 결정으로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셰일가스 잉여 생산이 계속되는 한 유가 반등 시 매도전략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유가 추가 급락에 따라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셰일가스, 유전, 러시아 등 관련 펀드의 손실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국 내 셰일가스 채굴·운송 인프라에 투자하는 ‘MLP(마스터합자회사)펀드’ 4개(설정액 1680억원)에서 최근 일주일 동안 약 88억원 순자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정액이 가장 많은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투자신탁’의 지난 한 주간 수익률은 -4.1%, ‘한화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자투자회사’의 수익률도 이와 같았다.
MLP는 송유관에 투자하기 때문에 유가에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생산량이 줄기 시작하면 수익이 감소해 배당이 준다. 한국투신운용의 MLP펀드를 운용하는 테리 베니크 미국 쿠싱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달 방한해 “배럴당 60달러대의 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셰일가스의 생산량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개발펀드의 수익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 들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던 ‘한국투자Parallel유전해외자원개발특별자산투자회사 1’은 최근 한 주간 1.8%의 손실을 입었고, ‘한국투자ANKOR유전해외자원개발특별자산투자회사 1’의 수익률도 같은 기간 -5.3%로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순자산 감소액은 126억원에 달한다.
석유 자원 관련주의 비중이 높은 러시아펀드의 수익률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 러시아펀드의 수익률은 -6.6%, 순자산 감소액은 약 130억원으로 추산된다. 공모형 11개 러시아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8일 기준 -30.8%를 기록해 -30% 선을 넘어섰
■ <용어 설명>
▷ 파생결합증권(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 : 금·은·원유 등 실물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다. 보통 3년 만기 동안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 대비 40~60% 미만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률 연 6~10%를 지급하는 구조다.
[최재원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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