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임원은 “주인이 없는 금융회사들은 정치권이나 금융당국에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소 줄을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하다”며 “한번 창피를 당하더라도 일단 부딪혀 보는 게 그래도 손해는 안 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4일부터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시행됨에 따라 임원 선임 절차가 앞으로 한층 까다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이번이 사실상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인사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이르면 다음주 초에 조직 개편과 함께 임원 인사를 단행할 KB금융그룹이 관심을 모은다.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CE0를 맞기 때문에 인사 폭은 클 전망이다. 국민은행에서 공식적으로 연내 임기가 만료되는 부행장급은 홍완기 신탁본부장 1명뿐이다. 하지만 ‘KB금융 내분 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어느 정도 반영할지가 관심이다. 내년 7~8월 임기가 만료되는 부행장급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백인기·이홍·오현철 부행장은 내년 7월, 박지우·박정림·민영현 부행장은 같은 해 8월 임기가 끝난다. KB 사태로 KB금융지주 일시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는 윤웅원 KB금융지주 부사장도 내년 7월 임기를 마친다.
KB금융 관계자는 “주전산기 교체 과정과 내분 사태 때 사외이사들 판단을 흐리게 했던 임원들에 대해선 책임을 지우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회사 내에서 강한 상태”라며 “여기에 고질적인 채널 간 갈등 문제도 풀어야 하기 때문에 윤종규 신임 회장 고민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와 이상기 신한저축은행 대표 임기가 연말로 끝난다.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1명과 신한은행 부행장 5명 임기도 이달 말까지다. 여기에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서진원 신한은행장 연임 여부도 이르면 연말에 결정될 가능성이 있어 인사 폭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이번에도 인사 교체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많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연임만 3~4차례 이상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로 웬만하면 부행장이나 부사장들이 연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부행장이나 임원으로 승진을 못하는 직원이 갈수록 늘어 인사적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임기가 끝나는 부행장 중에는 연임을 이미 두 차례씩 한 경우가 5명 중 2명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 통합을 추진 중인 하나금융그룹도 중폭 이상 인사 이동이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에서는 김정태 회장이 내년 3월로 3년 임기를 채우게 된다. 두 은행 간 조기 통합 작업이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에 따라 임원 인사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시기와 상관 없이 각종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한 조직 슬림화와 임원 감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통합 후 첫 인사인 만큼 잡음이 나오는 것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출신 은행별 자리 배분 등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농협은 전통적으로 임기 연장이 없다. 부행장 11명 중 이신형·이영호·이정모 등 3명 임기가 31일 끝난다. 3명 모두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행은 중앙회 시절부터 임기 2년을 채운 부행장을 연임시킨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내년 자회사 CEO를 대폭 교체할 방침이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 농협캐피탈, NH-CA자산운용, 농협선물 등 5개 자회사 CEO 임기가 내년 2월 말로 종료된다. 자회사 CEO들은 올해
한편 우리은행 이사회는 9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이광구 부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공식 추천했다. 임기는 2016년 말까지 2년으로 정했다.
[송성훈 기자 / 이유섭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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