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를 두고 이견을 보여온 사외이사들은 내년 경영계획을 최종 승인하는 12일 임시이사회를 앞두고 거취에 대한 뚜렷한 의사를 내야겠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리스크관리위원회 참석 대상은 당초 위원장인 황건호 사외이사와 김영진·조재호·김명직 사외이사 등 4명이었지만 평가보상위원장인 이종천 사외이사와 김영과 사외이사도 함께 자리했다. 이들은 리스크관리위원회를 마치고 별도 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거취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당국과 여론 요구에 따라 사의를 표명하되 물러나는 시기는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이 될 것이라고 사외이사들은 전했다.
같은 달 임기가 끝나는 김영과·김영진·이종천·황건호 사외이사는 물론이고 이듬해인 2016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명직·신성환·조재호 사외이사도 일괄적으로 사퇴 행렬에 동참했다. 사외이사 퇴진에 대한 당국의 압박이 임기와 무관하게 일부 사외이사들에게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데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주주총회로 사퇴 시기를 늦춰 잡은 것은 ‘KB 사태’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은 지되 최소한의 명예는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황건호 KB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오늘은 특별히 사퇴에 대해 반대하는 분들 없이 잘 이야기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경재 전 의장에 이어 KB 사태부터 윤종규 회장 선임·취임까지 이사회를 구성한 사외이사들이 모두 사의를 표명하면서 주전산기 사태에서 비롯된 KB 사태가 본격적인 하강 국면을 맞게 됐다. 금융당국은 공식적으로 KB금융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사외이사들이 양적으로 ‘전원 사퇴’를 표명한 만큼 사퇴 시기를 놓고 불필요한 갈등을 더 이상 유발하지 않겠다는 뜻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향후 조직 개편과 인사 쇄신, LIG손해보험 인수작업 마무리 등 윤종규호 KB금융의 본격적인 시동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먼저 KB 사태를 초래한 단초인 주전산기 사태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론이 제기되는 KB국민은행 사외이사·집행임원들 거취 문제다. KB금융 관계자는 “지주 사외이사 사퇴 문제를 비교적 순조롭게 해결한 윤종규 회장 다음 성적표는 조직 개편과 인사를 거치면서 이들에 대한 문제를 얼마나 슬기롭게 풀지에 달려 있다”고 해석했다.
남은 불씨는 사외이사들이 내년 주주총회 전까지 사외이사직을 유지하면서 다음 사외이사들을 선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점이다. 현직 사외이사들이 선출하는 후임 사외이사들 성향을 놓고 당국과 또 다른 갈등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영록 회장 취임과 함께 없어진 지주 사장 자리가 새로 생겨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사외이사 거취 문제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KB금융지주 간 신경전이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24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에서 LIG손보 자회사 편입이
LIG손보 새 명칭은 ‘KB손해보험’으로 가닥이 잡혔다. KB금융은 ‘KB손보’ 인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기업 고객은 물론이고 점포 등 자산과 임직원을 활용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송성훈 기자 / 정석우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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