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교 중간지점에서 60대 남성이 옷가지를 벗은 채 강물로 뛰어내렸다. 다행히 이 남성은 당시 잠수교에서 열린 걷기대회 참가자들의 눈에 포착돼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구조된 후에도 투신 시도 이유나 신상에 대해 언급을 피했던 그는 전국신용정보협회 초대 회장을 지낸 윤의국 고려신용정보 대표이사였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5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채권추심업체인 고려신용정보에 대한 주식거래 매매거래정지에 들어갔다. 회사 지분 26.31%를 보유한 최대주주 윤 대표의 횡령 혐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회삿돈 11억원을 횡령해 이를 고려신용정보의 자회사가 KB국민은행의 인터넷 전자등기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될 수 있도록 뇌물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고려신용정보는 채권추심업 용역 매출이 전체의 81% 비중을 차지하는 업계 1위 코스닥 업체다. 매출규모는 600억원 수준이지만 순이익이 지난해 3억원까지 하락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때문에 윤 대표가 돌파구 마련을 위해 로비활동을 벌였을 것이란 게 업계 지배적 견해다.
추심업계 관계자는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 특성상 용역 인력과 인맥관리를 통한 고객망 구축이 영업의 핵심”이라며 "최근 영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고객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표의 투신 시도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장에서는 이미 횡령 혐의와 관련해 지난 10월 말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압박감에 못 이긴 윤 대표가 현실가 도피하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란 비난 여론이 거세다.
고려신용정보의 걱정은 비단 경영진의 배임·횡령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통상 채권추심업은 국내 경기가 침체될수록 부실채권이 증가하며 실적이 올라야 하지만 동종업체 간 경쟁 심화 및 추심업 관련 법규가 강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특히 부실채권을 사들여 직접 채무조정을 하는 국민행복기금이 마련되면서 지난해 국내추심업계(23개 회사, 1만2500여명)의 수수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0% 이상 급감한 1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고려신용정보와 서울신용평가정보 등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7%와 57%가 감소했다.
금융당국이 경기 침체에 따른 불법 추심 행위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실적 개선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법무부가 지난달 21일부로 개정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채무자의 직장에 찾아가 소동을 일으키는 등 과도한 추심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개정법의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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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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