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예보관과 애널리스트는 이런 점에서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경험이 쌓일수록 나아질 것 같았던 경제나 기업 전망은 해가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2015년 증시 및 경제 전망 자료를 발표한 지 두 달이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본 가정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와 환율, 유가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미국 슈퍼달러는 강화되는 반면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지속 의사로 달러를 제외한 기타 통화의 가치가 빠르게 절하되고 있다. 원화도 달러 강세 등 영향으로 지난 3개월간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8.4% 절하되며 수출 기업, 특히 자동차의 채산성에 긍정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지역에서 국내 자동차 회사들과 시장 점유율 경합을 보이고 있는 일본 업체들은 13.2%의 엔화가치 절하라는 더 큰 선물을 받았다. 픽업트럭, SUV, 친환경차를 포함한 고른 제품 믹스와 활발한 신차 출시로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일본 업체가 환율에서도 우세한 상황이다.
상대적 차이가 있을지언정 원화 약세는 분명 우리에겐 긍정적 팩트다. 유가 급락 역시 최근 연관성이 희석됐다고는 하나 자동차에서는 지켜봐야 할 변수다. 유가 하락은 통상 가처분소득을 늘려주고, 자동차 주행거리를 연장시키며, TCO(보유 기간 중 총유지비용)를 낮춰 신차 판매에 긍정적 효과로 작용한다.
LF쏘나타를 기준으로 5년간 한국 평균 주행거리(연간 1만5900㎞)를 달린다고 가정할 때 주유소 유가가 ℓ당 2000원에서 400원만 하락해도 270만원의 비용이 감소한다.
유가 하락은 탄탄한 상승세를 보이던 P-EV(플러그인 형태의 전기차) 판매마저 감소세로 돌려놨다. 기름 먹는 하마라고 불렸던 픽업트럭과 대형 SUV 판매는 유가 하락 덕분에 오히려 크게 증가해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매크로의 변동으로 자동차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다행히 어려움을 겪던 한국 업체들은 원화 약세로 채산성이 개선되고 유가 하락 덕분에 SUV 위주의 신차 판매에 긍정적 기대를 더할 수 있게 되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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