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영자산운용 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종목과 해당 종목 공시일 이후 등락률을 집계해 본 결과다. 신영자산운용은 고배당 가치주 투자를 통해 올해 펀드를 주도한 대표적인 회사로 연초 대비 수탁액이 2조7000억원 넘게 늘어났다. 올해 증시가 약보합세를 보이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펀드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었지만 상당수 투자자들 발길이 신영으로 향한 셈이다.
또 한국밸류자산운용이 1조원, 에셋플러스자산운용도 5400억원 이상 수탁액을 늘리면서 가치주 투자를 표방하는 회사들이 수위권을 형성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베어링자산운용이 각각 수탁액을 4300억원과 4100억원씩 늘리면서 주목받았다.
신영자산운용이 올 들어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종목을 매일경제가 확인한 결과 전체 종목 수는 96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도 30여 개에 달했는데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린 종목은 B2B 알짜 기업이 많았다.
한국단자가 대표적이다. 신영은 올 6월 10일 지분 6.05% 보유를 공시했는데 4만3000원이었던 이 회사 주가는 이달 15일 기준 6만7700원까지 57.44% 올랐다. 자동차 커넥터를 생산하는 한국단자는 올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4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데다 독보적인 기술력과 향후 수년간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되는 대표적인 B2B 종목이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금화피에스시도 유사한 예다. 발전소 정비업을 하는 이 업체는 재무건전성이 뛰어나고 성장성도 양호하다는 평가다. 1월 지분 보유 공시 이후 주가가 50.47% 올랐다.
신세계I&C 인천도시가스 일신방직 신도리코 등도 공시일 대비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 신세계I&C는 단기적인 외형 축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점, 내년에 그룹 확장과 관련해 수혜가 기대된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일신방직은 면방업종 중 가장 저평가된 종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회사다. 내년에는 베트남의 신규 설비가 가동되면서 꾸준한 실적개선이 기대된다.
물론 신영자산운용이 투자한 종목 전체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다. 올해 지분 5% 이상 보유를 공시한 종목 중 오른 것보다 하락한 종목이 더 많았다. 올해 지분 5% 이상 보유로 공시한 종목은 총 96개였는데 이 중 22개만 공시 이후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분 10% 이상 보유 종목 중에서도 나라엠앤디와 KC코트렐 주가는 공시일 이후 각각 12.94%, 15.17% 하락했다. 역시 지분율이 10% 이상인 일진파워 KCC건설 코오롱머티리얼 아세아제지 등도 공시일 대비 주가가 10% 이상 빠지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신영자산운용은 단기적 수익률보다는 3~5년 뒤 보유 가치를 중심으로 투자했다는 설명이다. 공시일 이후 단기적인 주가 변동보다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이나 현재 주가에 대비한 기업가치를 견줘볼 때 ‘더 많은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는 사실과 3년 뒤 투자수익률은 사뭇 다를 수 있다는 것.
허남권 부사장(CIO)은 “신영이 투자한 종목이 모두 주가가 오른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고배당·가치주 위주 투자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며 “과거에도 투자 직후 주가가 빠지다가 수년 후에는 3~10배씩 오르는 종목이 많은 것이 가치주 투자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허 부사장은 “대표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 편입 종목의 평균 배당률은 1.9%로 전체 시장 평균에 비해 약 2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CIO는 “배당주와 가치주 위주 펀드는 과거 바이코리아나 인사이트 펀드처럼 투자 리스크가 크지 않아 내년에도 무난한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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