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업은행은 전날보다 300원(2.01%) 오른 1만5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GKL(4.97%), 지역난방공사(1.17%), 한국가스공사(0.3%), 강원랜드(0.16%) 등의 주가도 일제히 올랐다. 전날 정부가 정부출자기관의 배당성향을 2020년 4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힌 게 해당 기업들 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김재은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들 공기업의 배당성향은 21.5%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의 공기업 배당성향(영국 50.1%, 프랑스 45.5% 등)에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전력과 기업은행은 배당성향이 정부의 최종 목표치인 40%보다 작고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했기 때문에 올해 주당배당금(DPS)이 작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도 올해 배당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순이익이 늘어 배당 여력이 커진 데다 정부가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적극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2일 정부 시책과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배당정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기업 배당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배당을 늘리길 요구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배당 확대 여력도 충분하다. 지난해 1조2000억원대였던 KB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올해 1조5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51.2% 지분을 소유한 기업은행도 배당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배당 관련 세입을 올해 3200억원에서 내년 3800억원가량으로 늘리기로 했는데 기업은행과 산은지주의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은행의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3분기까지 순이익이 8500억원에 달해 올해 전체 순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배당 확대가 점쳐지는 이유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아 올해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460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순이익만 9900억원에 달해 배당 여력 또한 크게 늘었다.
손준범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기 위해서는 우리은행의 주가 상승이 필수”라며 “배당 확대로 기업 가치를 높여 주가 상승을 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도 올해 은행들의 배당 확대 움직임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배당 확대는 전적으로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건전성 문제를 이유로 배당 확대에 제동을 걸었던 예년 모습과 대조된다.
한편 매일경제신문이 다년간 배당주 펀드를 운용해 본 경험이 풍부한 펀드매니저들 의견을 취합한 결과 배당 확대가 예상되는 종목으로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아모레퍼시픽, LG, 고려아연,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현대홈쇼핑, GS홈쇼핑, 세방전지 등이 꼽혔다.
취재에 응한 펀드매니저들은 “꾸준히 기업 탐방을 하고 현금여력, 부채비율 등을 충분히 검토해서
전문가들은 “성장률 둔화로 기업의 신규 투자가 감소하고 정부의 강력한 배당 확대 장려 정책 영향으로 기업들 배당성향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자사주 매입 소각과 지주회사 전환 등 주주 가치 제고를 통한 주식시장의 저평가 국면 해소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 용환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