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배구조 개편 불붙었다 ⑥ 롯데그룹 ◆
그러나 제2롯데월드 조기 개장 배경으로 92세의 신격호 회장 나이가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만큼 2세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머지않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최근까지도 롯데그룹 정책본부에서 지분정리 작업을 어떻게 전개하면 좋을지 금융투자업계에 지속적으로 문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순환출자 고리만 417개에 달할 정도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롯데쇼핑이 43개, 롯데칠성음료가 24개, 롯데제과가 12개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핵심만 들여다보면 ‘일본롯데홀딩스ㆍ11개 투자회사 등→호텔롯데→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으로 요약된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를 통해 국내 그룹사 전체를 모두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그러나 효율적인 투자와 관리를 위해서는 일본 롯데와는 별도로 국내 지주사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롯데그룹은 1세대에서 2세대로의 전환이 임박했기 때문에 산업군별 계열 분리와 지주사 전환이 차례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삼성과 달리 오너 일가가 주요 계열사 지분을 이미 많이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 체제로 가는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국내 지배구조 정점에는 호텔롯데가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비상장 법인인 만큼 지주사 전환의 중심에는 상장사 롯데쇼핑이 있다는 분석이다. 새로 생길 지주사에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칠성이 가진 롯데쇼핑 지분 8.8%, 7.9%, 3.9%를 몰아줘 롯데쇼핑 지분 20%를 보유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서로 주식을 교환하는 데 법인세 등 많은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에 아예 둘을 합병해 지주사로 만들 수도 있다는 추론이 제기된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현재 롯데쇼핑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 수준으로 매우 낮고, 호텔롯데는 비상장사로서 PBR 1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지금 같은 조건에서는 합병비율이 오너 일가 지분이 높은 호텔롯데에 유리하게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합병설도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합친 다음 국내 지주사를 가칭 ‘롯데홀딩스+(주)롯데+롯데금융지주’나 ‘롯데홀딩스+롯데금융지주’ 식의 2~3개로 쪼개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나눠 줄 것이라는 얘기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산업별로 계열 분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롯데제과가 축이 되는 음식료·호텔 계열, 롯데쇼핑 중심의 유통·상사 계열,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하는 소재 계열로 나뉠 것이라는 의미다. 과거 기정사실로 여기던 ‘신 부회장은 일본 롯데, 신 회장은 한국 롯데’의 지역별 분리 시나리오는 힘을 잃고 있다. 한국 롯데가 매출 규모에서 일본 롯데보다 10배 넘게 크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국내 주요 계열사에 대한 두 형제 지분율이 엇비슷해 경영권이 누구에게 갈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에 대한 신 회장과 신 부회장 지분은 현재 각각 13.46%와 13.45%로 겨우 0.01% 차이다. 롯데제과도 신 부회장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3.48%에서 3.96%로 끌어올려 신 회장(5.32%)과의 격차를 1.36%포인트까지 좁힌 바 있다. 이처럼 식품업이 주력인 일본롯데의 신동주 부
그러나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합병 가능성은 없다”며 “계열 분리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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