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펀드 시장은 증시가 박스권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면서 펀드 수익률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29일 기준으로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연초대비 -4.72%를 기록, 많은 투자자들을 울상짓게 했다. 특히 믿었던 대형주 펀드들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며 허탈감을 안겨줬다. 잔뜩 움츠러든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이대로 펀드 투자를 접어야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올해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률로 화답한 배당주펀드와 중소형주펀드에 그 답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 등 내년에 경기회복세가 전망되는 선진국 관련 해외펀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 정부 지원사격에 신바람 난 배당주 펀드
올 한 해 펀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펀드로 배당주 펀드를 꼽는데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다. 올해 들어 4월 한달을 제외하고는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뤄졌을 정도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은 연초대비 5.34%(29일 기준)로 시중금리 보다 최대 3%포인트 이상 높았다.
올 한 해 배당주 펀드에 뭉칫돈이 들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 영향이 컸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 출범 후 내놓은 증시활성화 정책이 배당주 펀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손휘원 삼성증권 연구원도 "새 경제팀이 들어서면서 세제 혜택 등 배당 압박을 키운 요인이 배당주펀드에 쏠림 현상을 야기했다”고 진단했다.
정부 정책에 이어 대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취하자 배당주펀드의 인기는 날로 커졌다.
손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서 30~50%까지 배당을 늘리겠다는 포지션을 취하면서 배당 확대 분위기가 시장 전체로 퍼질 것이란 기대감이 생겼고 이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 배당주펀드에 대한 관심을 더욱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배당주 펀드에 대한 선호 현상은 2015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이제 막 세제 개편 등이 이뤄진 단계로 내년에 배당확대가 실제로 나타나면 해당 수요는 더욱 늘 것이기 때문이다.
문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률은 현재 1.1%로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에 따라 기업들이 배당률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럴 경우 그 동안 이탈했던 국내 주식형펀드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옥석 가려보니 중소형주 펀드가 대세
올 한 해 박스권 장세 속 대형주 펀드의 수익률은 신통찮은 반면 중소형주의 약진이 돋보였다. 제로인에 따르면 일반주식형 펀드가 연초대비 -5%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는 동안 중소형주 펀드는 10.56%의 수익률을 달성했다(29일 기준).
민석주 키움증권 금융상품팀장은 "박스권 장세에서 삼성전자 등 대형주만으로는 수익률을 끌어올리기가 어려웠다”며 "이에 따라 '알짜배기' 중소형주를 발굴하는데 매진했고 그 결과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도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형주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중소형주로 개인 투자자들 사이 반발 매수가 들어온 것 같다”며 "같은 이유로 외국인 자금도 일부 중소형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대형주가 지배구조와 '짠 배당'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동안 중소형주 펀드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같은 중소형주 펀드, 나아가 액티브 펀드가 큰 인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민 팀장은 "앞으로 국내 증시는 대형주들이 아웃퍼폼하기가 참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며 "대형주들의 큰 상승 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로 대형주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보다는 중소형주를 포함한 액티브펀드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인덱스펀드는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200을, 액티브펀드는 중소형주를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는 코스피지수를 따라 움직인다. 그런 맥락에서 이비오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삼성전자 약세 국면에선 액티브펀드의 성과가 좋았고 강세 국면에선 인덱스펀드가 좋은 성과를 냈다”며 "2015년에는 종목별로 주가가 차별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기 때문에 액티브펀드의 비중을 확대할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 미국 등 선진국 해외펀드 수익률 기대해 볼 만해
해외펀드는 연초대비 5.30% 수익률을 기록해 비교적 선방한 가운데 국가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제로인에 따르면 북미주식(13.50%), 유럽주식(4.57%), 아시아태평양주식(5.51%), 일본주식(8.54%),중국주식(9.93%) 등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인도주식형 펀드의 경우 거침없는 상승세로 36.14%이란 수익률을 냈다.
그러나 브라질주식(-13.96%), 러시아주식(-38.18%) 등은 원금을 까먹어 투자자들의 속을 바짝 태웠다.
문 연구원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해외 펀드 투자에서 수익을 기대해보는 것이 좋다”며 "특히 미국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서 미국 경제의 개선세가 부각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펀드 상품에 관심을 가질만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대에서 3%대로 증가하면서 경기 확장국면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상황.
문 연구원은 "이미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 이동이 시작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 들어서는 선진국 관련 펀드 시장 상황이 더욱 호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흥국의 경우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혜를 받을만한 국가들에 주목해야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다만 펀드 투자자들 성향이 '중위험 중수익'을 선호한다고 했을 때 러시아펀드도 내년에 주목할만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민 팀장은 "역발상으로 생각하면 지금이 오히려 러시아 펀드에 투자할만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적립식 비슷하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면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배구조 개편 그룹주 펀드는 '글쎄'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개편으로 올해 주목받은 그룹주 펀드에 대해선 내년 수익률 전망에 말을 아꼈다.
민 팀장은 "그룹주라는 게 대부분 대형주 위주라는 점에서 내년 전망이 밝지 않다”며 "지배구조 개편 이슈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투자를 하기보다는 실적 등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가치주 중심의 펀드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 연구원 역시 그룹주 펀드 보다는 저금리 기조에서 채권형 펀드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금리 상황에서 채권형 펀드도 나쁘지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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