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29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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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보고펀드와 공동으로 한국토지신탁(한토신)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금융당국 입장 변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KKR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깐깐한 기준을 들이댔던 금융당국의 입장이 바뀔 경우 한토신 경영권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KKR 측을 한토신의 대주주로 승인할 지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다. 해외 사모펀드의 국내 금융사 인수라는 점과 우회·편법 인수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에서 대주주 승인시 파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금융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심사 대상이 외국 법인일 경우 조건이 더 까다롭다. 재무건전성이 우수해야 하고, 신용등급 리스크가 없어야 하며, 무엇보다 해당 국가의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인수 주체가 사모펀드일 경우 펀드운용사(GP)와 펀드에 30% 이상을 출자한 투자자(LP)가 심사 대상이 된다.
KKR은 한토신 인수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아이스텀파트너스로부터 직접 지분을 넘겨 받기로 했다가 돌연 계약 주체로 사모펀드 파이어니어를 인수 주체로 내세웠다. 문제는 이 펀드에 LP로 참여한 특수목적회사(SPC) 3곳의 자금이 모두 KKR에서 나왔고, 각각의 지분율이 30%를 조금 밑도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KKR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관할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KKR과 같은 해외 운용사들은 절차가 복잡할 수 있다”며 “관리 수수료 문제와 관련해 KKR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고민이 컸던 것은 이같은 의혹 외에도 이번 심사가 국내 금융회사에 대한 외국자본의 무차별적 인수를 가능하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외국자본이 해외에 복수의 SPC를 설립하고, 펀드에서 각 SPC의 지분율을 30% 이하로 낮춰 출자할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선례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한토신 인수에 보고펀드가 참여하는 것에 일단 긍정적인 입장이다. KKR의 편법 인수 논란이 이번 펀드 구조 변경으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부정적인 여론을 희석시키는데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토신 인수가 사실상 힘들다고 판단한 KKR이 나름 대안을 모색한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오니어 출자금 중 90% 가까이를 KKR이 부담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KKR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펀드 구성이 바뀌면 대주주 변경 승인심사를 다시 신청해야 하고 관련 서류도 다시 제출해야 한다”며 “보강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대주주 승인이 쉽지 않겠다고 판단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KR과 보고펀드의 한토신 경영권 공동인수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로 심사를 할 경우)직접 인수하려 했다가 신생 사모펀드를 내세우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하기 위해 지분을 쪼개는 등 KKR이 지금까지 보여 온 행보를 심사 과정에서 참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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