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사업에서 장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바이오 기업 지분 인수에 나서는 상장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신약개발, 임상 성공 등 바이오주 특유의 기대감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할 수 있으나 재무상태와 실현가능성을 고려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구명정.파이프 제조업체인 에이치엘비는 지난 2일 관계사인 미국 LSK바이오파트너스(이하 LSK) 지분 14만8000여 주를 66억원에 추가로 사들였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현금 취득으로 이뤄지며 에이치엘비의 LSK 보유 지분은 27.99%로 늘었다. 에이치엘비의 바이오업체 투자 소식이 전해진 이날 주가는 6.36% 급등했다.
에이치엘비 입장에서 이번 지분 인수는 '모험'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주력사업인 플랜트 설비 제조업으로는 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에이치엘비는 전방산업인 조선.건설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부진한 실적 흐름을 지속해왔다. 2010년(순손실 24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년간 적자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누적 결손금은 1100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한국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다수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0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LSK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오의약업체로, 투자자들이나 개발자들의 면면을 고려하면 성장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본격적인 상용화를 통한 수익 실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싸인(옛 경원산업)의 경우 혈액검사 체외진단 업체인 바이오이즈 지분 70%를 35억원에 인수하고 사명을 현재로 변경했다. 바이오이즈가 개발한 진단기는 피 한방울로 DNA를 분석해 암을 95%까지 진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5년 설립된 이 회사의 주요사업은 무선통신단말장비 제조업이다. 2000년 중반까지 연매출 400억~500억원을 유지하던 이 회사는 기술 급변으로 무선통신단말 사업이 쇠퇴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순손실이 지속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이 4400만원에 불과한 바이오싸인은 주식 담보 사채를 무분별하게 찍어내고 있다. 지난해만 자회사 M&A를 포함해 3건의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측이 발행한 사채규모는 약 300억원이다. 추가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앞으로도 추가 사채 발행을 해야 한다.
빚은 늘었지만 당장 수익원이 없는 바이오싸인으로서는 암진단키트 임상 결과를 이른 시일 안에 보여줘야한다. 임상계획은 지난달 승인을 받았지만 현재로서는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낮은 가격과 편리한 절차를 통해 암을 구별할 수 있어 획기적이지만 정확도가 CT나 MRI보다 낮기 때문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경닷컴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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