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서 '대박'만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가속페달만 밟는 투자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이들에게 경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유명무실하다. 한국거래소가 도입한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3단계와 테마주 단속을 위해 채택한 단기과열완화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과열된 주가를 식혀주는 순기능보다 더 많은 투자자를 유인하는 역기능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많다. 매경닷컴은 지난 한 해 동안 투자자 보호장치가 시장에 미친 영향을 짚어보고 보완, 개선점을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오를 확률은 절반 이상이다. 투자자의 눈을 번뜩이게 할 수 밖에 없다. 다름아닌 한국거래소가 주가 이상급등락을 경고하기 위해 내리는 투자경고종목 조치 얘기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오히려 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건전성을 제고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장치가 현실적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투자경고종목 조치를 받은 종목 중 절반 이상이 투자경고종목 지정 공시 다음날 종가 기준으로 여지없이 상승했다. 분석대상은 지난해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106개사 중 조치가 해제되기 전 기업과 우선주와 코넥스 상장사 등 36개사를 제외한 70개사중 57%인 40개사가 공시 이후 즉시 주가가 올랐다. 특히 40개사 중 10곳은 상한가까지 치솟아 공시가 주가 상승의 신호탄이 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투자위험종목에서 지정해제된 경우도 32개사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중 홈캐스트(2014년 4월 10일 지정)는 투자경고종목 지정 해제된 날인 5월 9일 종가가 지정됐을 당시보다 144% 이상 급등해 시장경보조치를 무색케 했다. 결국 홈캐스트는 5월 9일 위험경보가 한 단계 격상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다.
또 중국원양자원이 투자경고종목 지정(2014년 11월 12일)에서 해제(11월 28일)까지 약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96.7% 뛰어올랐다.
이밖에 해제일 기준으로 넥솔론(86.23%), 포티스(69.50%), 보성파워텍(66.95%)도 상승폭이 컸다.
반면 지정 이후 과열 조짐이 잠잠해지며 주가가 하락한 기업도 있었다. 현대피앤씨가 지정(2014년 5월 13일) 이후 해제일(5월 28일)까지 40.5% 하락했다. 파루 33.7%, 승화프리텍 28.9% 내려갔으나 상승한 종목들의 오름폭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증권사의 한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는 "투자경보조치가 반드시 주가를 상승시킨다고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기본적으로 거래소가 사후에 조치를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해당 종목의 변동성이 부각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다”며 "수급 상으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거래소 관계자는 "공시한 이후에도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해당 기업 자체에 상승 재료가 남아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며 "투자경고종목 조치로 인해 상승하거나 특별히 부정적인 거래요인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치의 보완 여부에 대한 질문에도 "경고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시장에서의 쿨링 효과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 용어 =투자경고종목 지정이란…
특정종목의 주각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경우, 거래소가 투자자에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