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켓리더에게 듣는다 ④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
가치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에게 성공 투자 비결과 올해 증시 전망을 묻자 그가 내놓은 대답이다.
이 부사장이 투자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 스타일 선택, 종목·업황 주가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다. 그는 투자 스타일을 미래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하는 모멘텀 투자, 시황이나 업황에 대한 전망을 최소화하는 대신 객관적으로 싼 주식에 투자하는 가치투자 두 가지로 분류한다. 물론 그가 평생을 지향해 온 투자 스타일은 후자다.
그가 현재 정의하고 있는 자본시장의 화두는 저성장이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저성장 시기에 이미 접어들었다는 것. 그는 “국내 1700여 개 상장사 중 스스로 매출과 이익이 성장할 수 있는 종목은 10%대에 불과하고, 이 중 20여 개 종목만이 보수적인 투자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며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에는 이런 종목을 찾기 어렵고 화장품 게임 바이오 업종에서만 그나마 이익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적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시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서 경기와 관계없이 스스로 실적 개선이 가능한 종목이 너무 적고, 일부 주식은 이미 주가가 충분히 올랐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결국 종목이나 업종의 성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장세에서는 ‘고여 있는 물이라도 다시 한번 정화해서 먹겠다’는 식의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 부사장은 “역사적으로 저성장기에는 과거 성장의 결실을 일시에 취하려는 움직임인 인수·합병 시도, 배당압력 상승, 자산주 선호 현상이 나타난다”며 “올해에는 중소형 자산주 선호, 우선주와 보통주 가격 괴리율 해소, 우량 지주사주 선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구체적으로 돈을 벌고, 배당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전기 가스 보험 등 업종을 주목했다. 통신주와 지배구조와 배당이 꾸준한 우량 지주사도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종목이다.
이 부사장은 “한국증시를 주도하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면서 3세로의 경영권 이양을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가 있고, SK그룹 역시 지주사의 역할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하는 처지”라며 “올해부터 기업 합병과 분할 등의 이슈가 나올 때마다 이익과 손해를 보는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세가 워낙 천문학적 규모여서 이를 기업에 유예해 주는 제도가 있는데 올해 말 일몰 예정”이라며 “지배구조 개편이 올해 안에 다 이루어지기는 어려워 일몰기간이 2년 정도 유예되면서 2017년까지 한국증시를 흔드는 이슈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밸류운용의 공모펀드에 대해 설명하면서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신의 투자철학을 분명히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20여 개 모든 펀드의 성격이 3년 이상 투자할 수 있는 장기투자 성향의 고객들에 적합한 펀드라는 것. 그는 “올해 한국밸류 펀드의 전체적인 수익률 목표는 4~5%로 시장 상황을 볼 때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어렵다”며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비싸면 사지 않고, 2~3배 오를 가능성이 있는 주식도 반 토막 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사지 않는 식의 재미없는 투자원칙을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박스권에 갇혀 있는 한국증시가 추세적인 상승을 보이기 위한 조건으로 이 부사장은 △부동산시장 회복 등 내수시장 활성화 △노동·산업시장 구조개혁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결국 주가는 기업 실적에 수렴하기 마련인데 현재 한국증시는 투자자들에게 기업 실적에 대한 믿음을 주기에는 기초체력이 허약하다는 평가다. 주가 3000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도 중요한 이슈다. 기업 오너들의 이익과 투자자들의 이익을 일치시킬 수 있는 지주사 제도가 자리 잡고 투자자를 주주로 여
■ 이채원 부사장은…
△1964년 서울 △세인트메리 국제학교(도쿄) △중앙대 경영학과·국제경영대학원 △동원투신운용 자문운용본부장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및 CIO
[김은표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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