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매각추진 건은 오너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지배구조와 관련해 현대글로비스가 누리던 프리미엄은 사라지고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주식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현대글로비스는 전일 대비 하한가를 기록한 반면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 주가는 전날 대비 상승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가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여전하다고 설명하면서 이 같은 시장 전망은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 부자가 설령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판다고 하더라도 최대주주의 역할은 지속된다”며 “앞으로도 현대글로비스는 그룹의 자동차 분업 원칙에서 물류 부분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로 가치 창출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여부와 관계없이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체제로 옮겨 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관점에서는 글로비스·모비스 간 합병 시나리오가 현대글로비스 투자매력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합병 시나리오와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병행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결국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는 만큼의 지분 매각 뒤 글로비스·모비스 합병 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이 경우 정 회장 부자는 지분 일부 매각과 양도소득세 납부에 따른 우호적 여론 조성에 더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게 된다.
이날 시장을 지배한 ‘글로비스 선 매각-모비스 후 인수’ 시나리오도 여전히 설득력을 지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한국전력 삼성동 용지 인수에서도 드러났듯 여론을 중시하는 행보를 나타낼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비싸다’는 시장 평가에도 한전 본사 용지를 10조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향후 4년간 81조원 투자를 결정하는 등 경제활성화라는 국가정책에 호응하는 결정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비켜 가는 한편 양도소득세를 성실히 납부하겠다는 모습을 보여 주며 경영권 승계의 귀감으로 작용한다는 측면에서 ‘현대차답다’는 평가가 나온다.
IB 업계 일부에서는 경영권을 포함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대량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경영권 매각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고 양도소득세도 모두 부담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순 지분 매각의 경우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매각가를 할인해 줘야 하지만 경영권 매각의 경우에는 오히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
[홍종성 기자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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