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월 12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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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 시장의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한국항공우주(KAI)를 놓고 한화그룹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 인수로 KAI 지분 10%를 확보한 터라, 방위산업사업 강화를 위해 KAI 경영권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화그룹도 이미 KAI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인수의지는 강하지만, 삼성과 빅딜로 자금사정이 넉넉치 않아 본격적인 인수 추진은 내년에야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발표된 삼성과의 빅딜 이전 KAI 인수를 위한 TF가 설치됐다. 한화 관계자는 “방산사업 시너지 확대 차원에서 KAI 인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그룹 내부에 형성돼 있다”면서 “다만 내부적으로는 인수작업이 프라이빗딜로 진행되길 원하는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공개입찰 방식으로 딜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화그룹은 늦어도 올 하반기 KAI 지분 10%를 확보하게 된다. 작년 11월 말 발표된 삼성과 빅딜로 인수하게 될 삼성테크윈이 KAI 지분 10%를 보유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빅딜에는 (주)한화가 삼성테크윈 지분 32.4%를 8400억원에 인수하는 안이 포함됐다.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이 지분 50%를 보유한 또다른 방산업체인 삼성탈레스 경영권까지 확보하게 돼, 방산 포트폴리오가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상반기 중 실사와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거쳐 인수작업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삼성과 딜을 마무리지은 이후 한화에서 KAI 인수에 나선다면, 그룹 계열사 중 (주)한화가 인수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10월 (주)한화가 한화테크엠의 방위산업부문을 흡수합병하면서, 그룹 내 모든 방산사업부문을 (주)한화에서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테크윈 인수로 (주)한화는 기존의 탄약과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항공기, 함정용 엔진, 레이더까지 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KAI까지 인수하게 되면 항공 등 첨단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게 되는 것은 물론, 기존 미사일, 항공기부품 사업과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화학 태양광과 더불어 방산사업을 그룹 핵심 사업분야로 육성하려는 한화 입장에서 KAI는 놓칠 수 없는 매물인 셈이다.
문제는 매각방식과 인수자금이다. 매각방식의 경우 산업은행이 KAI 최대주주인 만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공개매각 딜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화 내부적으로는 프라이빗 딜 방식으로 진행하는 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AI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지분율은 26.75%다. 이어 △삼성테크윈 10% △현대차 10% △국민연금 8.12% △디아이피홀딩스 5% 순이다. 현재 산업은행을 주축으로 한 주주협의회에는 삼성테크윈, 현대차, 디아이피홀딩스가 참여하고 있는데, 2015년 말까지 주주협의회가 일괄 지분 매각 계약을 맺은 상태다. 만약 삼성테크윈 지분을 확보한 한화에서 반드시 경쟁 유효입찰 공개매각 방식으로 딜을 진행해야하는 산업은행을 배제하고 현대차, 디아이피홀딩스 측과 개별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시점은 내년에나 가능하단 얘기다.
또 삼성과 빅딜로 총 1조9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점도 한화 측에서 연내 KAI 인수에 나서기 힘든 이유로 꼽힌다. 자금여력이 넉넉치 않은 한화 입장에선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갤러리아 지분 등 우량자산 매각을 KAI 인수와 병행해야 해, 보다 치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결국 산은 주도의 공개매각 딜에 참여하든 프라이빗 딜 방식으로 인수작업을 진행하든, 한화에겐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오수현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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