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연초 증시 약세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증권사들에 협조를 당부했다. 한국 증시 활성화를 위해 뛰어야 할 증권사들이 오히려 한국 증시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7일과 8일 국민연금 서울 강남사옥에서 증권사 사장단과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외국계 증권사를 포함해 20여 개 증권사 사장들이 참석한 간담회는 국민연금의 올해 기금 운용 방향과 거래 증권사 선정 기준 등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은 연초 증권사들의 매도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A증권사 사장은 “국민연금이 작년 말부터 코스피 하락을 막기 위해 매수세를 이어가는 데 반해, 증권사들은 투매를 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이 지적한 증권사의 매도세는 작년 말부터 지속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증권사들은 단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증권사들의 순매도 금액은 1조632억원에 달한다. 이는 고객으로부터 예탁받은 계정이 아닌 증권사 자체 자금으로 투자하는 자기자본투자를 말한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연초 코스피 약세를 사실상 증권사들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권사들의 순매도 규모는 같은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7710억원)을 뛰어넘는다. 이 때문에 코스피는 올해 들어 한때 1900선이 무너지는 등 홍역을 치렀다. 증권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연기금 보험 등 기관투자가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증권사들이 주식을 매각하는 동안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1434억원, 투신권은 1387억원, 보험권은 30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B증권사 대표는 “증권사가 연초 증시 약세를 주도하는 것은 문제라는 메시지를 국민연금으로부터 전달받았다”며 “최대 고객인 국
이번 간담회 직후인 지난 9일 증권사의 순매도 규모는 전날의 5분의 1 수준인 329억원으로 줄었고, 13일에는 올해 처음으로 순매수(211억원)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의 메시지가 증권사의 매도세에 브레이크를 건 셈이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