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출구 맞은편인 4번 출구. 이곳에서 직선으로 걸어 5분 내 거리에 있는 ‘역삼디오슈페리움’ 1층 상가는 작년 12월 2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에 등장하는 신세가 됐다. 감정가 51억7000만원인 이 점포는 강남대로변인 데다 유명 커피전문점 탐앤탐스가 영업 중이다. 하지만 결국 유찰돼 오는 20일 새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사정이 여의치 않음에도 임대료는 크게 변동이 없을뿐더러 낮지 않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소들의 말이다. 강남역에서 도보로 2분 거리 대로변에 자리한 지하 1층~지상 5층, 대지면적 615.9㎡(건축면적 381.44㎡) 규모 동인빌딩은 2층 전체 임대료의 경우 보증금 5억2000만원에 월세 격인 관리비는 400만원 선이다. 맞은편 이면도로에 위치한 서초트라팰리스 2층 전용면적 41.17㎡ 상가는 보증금 2억원에 월세는 1320만원 선이다. 한 자산 투자 상담가는 “사실 평균적인 임대수익률은 연 4%대로 높지는 않다”며 “삼성타운 맞은편 건물까지 임대 현수막을 내거는 등 임대 물건은 많은데 잘 안 나가는 바람에 직거래에 나선 건물주도 생겨 중개소 간 눈치작전이 심해졌다”고 덧붙였다.
‘청담동 며느리’ 같은 고급 빌라 거주자들을 수요층으로 두고 명품 거리로 이름을 떨치던 청담·압구정로데오 인근은 특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작년 가수 한승연이 45억5000만원에 빌딩을 사들이고 영화배우 현빈이 100억여 원을 들여 건물을 신축하기로 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이 지역 건물의 평균 임대수익률은 연 3~4% 정도로 연 4~5%인 강남권 다른 지역보다 낮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공통된 말이다. SM·JYP·큐브 등 엔터테인먼트사를 중심으로 상권을 살린다는 의도로 강남구청과 업계가 추진했던 ‘한류 스타의 거리’는 “무엇이 특징인지 기존 명품 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반응 속에 YG·스타제국·스나이퍼사운드·WM 등 만만치 않은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집결 중인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찾는 사람이 줄어든 압구정로데오의 경우는 급등한 임대료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진 신사동과는 사정이 다르다. 신사동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가로수길 메인도로 평균 임대료는 33㎡ 기준 보증금 1억~1억5000만원, 월세 800만~1000만원으로 4년 전보다 3배 이상 뛰었다”고 했다. 반면 압구정로데오 인근 공인중개소 관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상가는 경기 상황과 유행에 민감하다”며 “시세차익이 높아 보여도 공실로 임대수익을 건지기 어려워지면 예상치 못한 시점에 손 털고 나와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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