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래 3곳 이상의 증권사가 실적을 추정한 상장기업 103개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1조255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4분기 영업이익 18조7278억원와 비교해 13.5% 늘어난 수준이다. 매출액은 327조64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고 당기순이익은 15조6211억원으로 10.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전년 동기에 비해 나쁘지 않은 실적으로 보이지만 4분기 실적 추정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11년 4분기 이후 실제 실적은 추정 실적의 61% 수준으로 통상 70~80% 수준인 다른 분기에 비해 오차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시가총액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분기에 20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오차를 감안해 12조원 정도를 예상하면 될 것 같다”며 “이 수준을 기준으로 잡으면 실제치가 전망치를 웃돌거나 부합하는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4분기 실적 시즌을 연 삼성전자의 실적이 예상을 웃돌며 IT업종 전반에 온기가 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4조600억원)에 비해 28%나 늘어난 가운데 SK하이닉스(23.8%), 네이버(14.5%), LG디스플레이(34.5%) 등 25개 주요 IT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분기에 비해 24.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다만 LG전자와 LG이노텍은 각각 전분기 대비 38.5%, 38.1% 줄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주의 회복 여부도 관심거리다. 건설주가 주로 포진한 산업재업종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흑자로 돌아서는 것은 물론이고 전분기에 비해 10.8%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이 전년 대비 흑자로 돌아서고 전분기에 비해서도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값 하락과 유가 하락도 이번 실적 시즌은 물론이고 향후 실적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요인 중 하나가 원화값 하락 측면인 점을 감안하면 IT와 자동차 등 주요 수출주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지속됐던 원화 약세에 따라 12월 원화 환산 수출액이 54조9000억원으로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4분기 수출 관련 업종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각각 전분기 대비 21.6%, 17.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전년 동기 대비 28.3%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유가 급락에 따라 정유화학 업종은 재고평가손실이 바로 반영되며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전분기 또는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서거나 적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유가 하락 수혜업종은 이번 분기와 향후 1~2분기에 걸쳐서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 하락이 정유화학주 실적에 당장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고 항공주는 일부만 긍정적 이익이 반영되고 소비주는 조금 더 늦게 이익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분기는 통상 대규모 손실 반영(빅배스)과 상여금 지급 등 기업의 경영적 판단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다. 따라서 이런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2013년 4분기에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한 건설사가 추가적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현대중공업 등 지난해 기업의 경영진이 바뀌며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기업의 ‘빅배스’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적보다는 기업들이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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