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신탁전문은행인 노던트러스트가 중장기적으로 지점 전환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 이미 서울 사무소를 열었다.
이와 관련해 프레더릭 와델 노던트러스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말 한국을 찾아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을 예방할 예정이다. 이로써 노던트러스트, 뱅크오브뉴욕멜론(BNY멜론), 스테이트스트리트(SSBT) 등 글로벌 3대 신탁전문은행이 모두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게 될 전망이다.
신탁(信託·Trust) 은행은 기관투자가나 초고액 자산가 돈을 받아 위탁 투자·관리를 해주는 비즈니스에 집중한다. 국외 투자는 자회사로 두고 있는 자산운용사를 통해 이뤄진다. 국민연금이나 한국투자공사(KIC) 같은 주요 연기금은 물론이고 은행·보험·증권사 등이 주 고객이다.
글로벌 신탁은행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건 국내 기관들이 국외 투자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연금시장을 키우는 것도 한국 금융시장의 매력 포인트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한국 기관들이 저금리·저성장 환경을 이기는 수익을 내려면 결국 국외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며 “국외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오랜 역사와 노하우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조사·분석 능력을 갖춘 글로벌 신탁은행에 자산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한국 안에서 소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던트러스트가 관리해주는 자산 규모는 9230억달러(2013년 말 기준)에 달한다. 세계 10대 국부펀드 대부분과 미국 400대 부호 중 약 20%가 이곳과 거래한다.
실제 국내 기관의 국외 투자 규모는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647억달러였던 국내 기관투자가의 외화증권투자 잔액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932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특히 저금리로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보험사들이 100억달러나 투자 규모를 키웠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외 주식 투자 비중을 작년보다 1.1% 많은 61조9512억원까지 늘릴 예정이다. 외국 채권도 21조3231억원어치 살 계획이다. 사학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연기금도 국외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국외 투자는 국내에서 늘어나는 저축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며 “연기금·민간 금융사가 국외 투자를 확대하면 외화자금을 밖으로 내보내 환율 안정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신탁은행의 국내 영업 확대는 다른 주요 외국 은행이 잇따라 리테일 비즈니스에서 철수하는 움직임과 반대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HSBC은행은 2013년 7월 소매금융 철수를 발표하고 기업금융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대규모 구조조정과 지점 축소를 하면서 리테일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에 대한 신탁 업무는 외국계 은행이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며 “향후 중국에 관심 있는 기관 자금 유치를 위해 중국계 은행도 신탁 비즈니스에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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