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들 연체금리를 일제히 인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A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이같이 우려했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가격담합’으로 당연하게 문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신한, 국민 등 18개 은행이 연체가산이율과 최대 연체상한율을 내리겠다는 계획안을 제출해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금융당국이 과도하게 시장 가격에 개입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 은행들은 대출을 연체시킨 고객에게 약정금리에 기간별로 연체가산이율을 더해 배상금을 물리고 있다. 가산이율이 적용되면 8% 금리로 대출을 받았더라도 한 달만 연체해도 최대 21%까지 가산금리가 치솟는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데 반해 연체금리가 높다는 불만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은행에 연체금리를 내리라고 행정지도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은행들에 연체금리를 인하하라는 지도 공문을 보내고 그 수준을 논의해왔다. 결론은 3개월 미만 연체가산금리는 ‘7%’, 최대 연체상한율은 ‘15%’로 인하해 일률적으로 맞춰놨다.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금리를 자로 맞춘 듯 잘라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발표 형식도 문제다. 은행들 스스로 알아서 인하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 금감원이 취합해 향후 계획까지 일괄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팔 비틀기’를 당한 은행들은 대놓고 항의는 못하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금융당국이 가격 개입을 통해 시장을 교란하느냐”는 반응이다.
시중은행의 연체이자율이 하나같이 통일된 것은 금감원이 시장 가격에 개입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B은행 여신 담당 관계자는 “연체금리가 과도했던 것은 인정하지만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시간을 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말했다.
당장 연체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수는 있겠으나 은행권에 비용 부담이 커지면 다른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은행 여신 담당 관계자는 “최고 연체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이 서민들을 대상으로 중금리대 금융상품을 취급하기 어려워진다”며 “시장원리에 맞지 않게 금리를 일률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D은행 관계자도 “정부가 그동안 각종 금리 수준을 소비자들이 스스로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시중은행을 경쟁시키던 정책을 금감원이 뒤집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이제는 금감원에서 얘기할 때까지 금리를 쉽게 바꿀 수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도하게 높은 연체금리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금리는 기본적으로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시각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별
[정석우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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