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신임 회장은 20일 치러진 금융투자협회 3대 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과반수를 득표해 한판승을 거뒀다. 당초 세 후보가 표를 나눠 가져 2차 투표까지 갈 것이란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그가 다른 후보들과 달리 현직에서 물러난 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당당히 승리한 것은 금융투자업계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나 정치권과 협상력이 있는 ‘힘 있는’ 수장이 나와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황 회장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삼성물산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뛰어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에 발탁됐고, 국제행사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 통역을 10년 넘게 맡았다. 2000년대 들어 삼성투신운용과 삼성증권 사장을 연거푸 맡았고,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면서 국내 금융업계 최대 거물로 자리 잡았다.
황 회장이 금융업계에 복귀한 것은 2009년 9월 KB금융지주 회장에서 물러난 지 5년4개월 만이다. 2012년 7월 잠시 몸담았던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본래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하겠다”고 공언한 지 2년 반 만에 목표를 이룬 것이다.
이번 금투협회장 당선 과정에서도 그의 검투사적 기질과 네트워크의 힘은 십분 발휘됐다. 경쟁자들보다 한두 달 늦은 11월 중순에야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든 그는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했다.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을 비롯해 주요 증권·자산운용사들이 황 회장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에 다소 밀린다는 분위기였지만, 올해 들어 “전문성은 비슷하지만 정책 협상력에서 앞선 나를 뽑아 달라”고 설득한 것이 현직 사장들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 신임 회장은 20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취임 일성으로 “자본시장을 선도하는 ‘힘 있는 협회, 섬기는 협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큰 조직(KB금융이나 우리금융)을 이끌었던 검증된 리더십이 있고 청와대 국회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에 가장 네트워크가 넓다는게 장점”이라며 “금융투자업계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 제안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체적으로 금융투자업에 대한 규제를 선진화하고, 공적·사적 연금의 자본시장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10년 이상 장기펀드 비과세 추진 △파생상품과 펀드 관련 규제 폐지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10년 이상 장기 보유 펀드에 대해서는 비과세로 가야 한다”며 “경제 민주화 측면에서 중산층을 가입 대상으로 한다는 전제하에 최대 가입한도를 3억원 정도로 두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사와 적극 소통하기 위해 그는 회원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대외협력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그는 “업계 선진화를 위해 회원사, 특히 중소형 회원사 임직원들을 위한 공동 외국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황 신임 회장은 다음달 4일
▶ 황영기 신임 회장은
△1952년 경북 영덕 출생 △서울고 △서울대 무역학과 △영국 런던대 정치경제대학원 석사 △뱅커스트러스트 서울지점 △삼성투신운용 사장 △삼성증권 사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 △법무법인 세종 고문
[김은표 기자 /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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