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대차거래잔액은 48조241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차잔액은 통상 연말에 감소 추세를 보이다 연초에 상승한다. 올해도 1월 2일에 42조607억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후 빠른 속도로 잔액이 늘어나고 있다.
대차잔액은 대차거래에 의해 발생한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기관투자가 등이 주식이 필요한 다른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 주는 것을 말한다. 이때 갚지 않은 주식이 대차잔액으로 남는다. 투자자들은 통상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돌려준다. 이 때문에 대차거래 잔액이 늘어나면 공매도 거래 규모도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공매도 거래대금 역시 가파른 상승세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200 거래대금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1%로 최근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실적 발표 시즌인 1·4·7·10월에 공매도 거래대금이 늘어나지만 최근 상승세가 가파르다. 공매도 거래대금은 2013년 4%대에 그쳤지만 해마다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기본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것에 베팅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았는데 연초 현상과 맞물리며 크게 오른 종목들 중 일부는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매도는 물론 대차잔액 거래액이 늘어나는 것은 실적 시즌마다 어닝쇼크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영향력이 커지면서 어닝시즌에는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고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비중이 확대되는 시기에는 공매도 영향력이 큰 종목을 피해가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직전 실적시즌이었던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공매도 비중이 줄어드는 업종은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 공매도 비중이 컸던 LS산전, 한화, 현대하이스코, SK이노베이션, 한국타이어 등이 1월 들어 공매도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며 “이는 3분기 실적 우려가 컸지만 4분기에는 실적 우려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22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효과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는 내심 2012년 초 나타났던 확산효과의 재현을 바라고 있다. 2012년 ECB가 5000억유로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대출을 결정한 후 우리 증시에도 5조6000억원에 이르는 유럽계 자금이 유입된 바 있다.
한국의 유럽계 자금 순매수는 ECB의 자산총계(유동성)와 유사한 궤적을 그려왔다. 대규모의 LTRO 공급에 의해 ECB의 자산총계가 증가했던 2012년 유럽계 자금은 9조4000억원어치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2012년 말 이후 ECB가 유동성 축소에 나서면서 유럽계 자금은 2013과 2014년 각각 4조2000억원, 6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번 ECB 국채매입 선언이 3월부터 시작되는 ECB 유동성의 순증 사이클을 가속시킬 가능성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2012년 대비 비싸진 국채가격을 감안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채권보다 주식 매력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현재 일드갭(Yield gap) 기준 주식 매력이 높은 지역은 유럽과 아시아”라고 말했다.
[장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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