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지배구조 관련주들이 올해 들어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수혜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측면이 강했던 삼성SDS·제일모직·현대글로비스 등은 급락한 반면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SK C&C 주가는 횡보하고 있다. 최근 지배구조 관련주로 새롭게 부각된 LG상사는 52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SDS는 전날보다 0.87%(2000원) 하락한 22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상장 이후 최저가 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지난해 11월 26일 장중에 기록했던 42만9500원과 비교하면 47%나 급락했다.
그동안 버팀목 역할을 해줬던 기관마저 순매도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지난 5일까지 16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온 기관투자가들이 지난 6일 이후 61만주 넘게 내다 팔았다. 삼성SDS 공모주에 대한 기관투자가 의무보호확약 종료일(2월 중순)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 수급상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제일모직 주가 역시 지난 5일 장중 기록했던 최고가인 17만9500원과 비교하면 31%나 가라앉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삼성SDS와 제일모직 부진이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무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SDS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의 블록딜 매각이 무산됐던 지난 13일 8.65% 폭락한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일모직도 그날 이후 16% 하락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회사다. 특히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23.24%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할 때 삼성물산과 합병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블록딜을 시도함에 따라 이 부회장 또한 보유 지분을 내다 팔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이들 종목이 숨 돌릴 틈도 없이 급등해온 만큼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실패로 지배구조 관련주들이 조정받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일시적인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도 12일 종가보다 24% 하락한 22만7500원에 머물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와 합병해 현대차그룹 지주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글로비스 추정 주가수익비율(PER)이 14.69배에 불과해 다른 지배구조 관련주보다 낮다는 점을 근거로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SK그룹 내 지배구조 핵심주로 분류되는 SK C&C는 하락폭이 크지 않아 12일 종가보다 3.6% 하락하는 데 그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C&C 지분을 내다 팔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가 SK C&C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이 주가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최태원 회장이 SK C&C 지분을 매각하면 SK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고 양도소득세가 발생해 보유지분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배구조 수혜주로 관심을 덜 받았던 LG상사는 지난 20일
LG상사가 비상장 물류회사인 범한판토스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LG그룹 일감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주)LG 경영권 승계 가능성이 높은 구광모 (주)LG 상무가 범한판토스 지분 투자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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