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표권 8년 분쟁’ 하나금융 최종 승소

하나금융그룹이 ‘하나(Hana)’라는 브랜드 상표를 둘러싸고 미국 기업과 8년간 법정 분쟁을 벌인 끝에 최종 승소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현지 금융사인 하나파이낸셜이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낸 상표권 소송에서 지난 21일 만장일치로 하나금융 손을 들어줬다.
미국에서 상업대출 등을 하는 하나파이낸셜은 “1996년부터 ‘하나(Hana)’라는 이름으로 상표를 등록해 사용해왔는데 이를 침해당했다”며 하나은행과 하나금융그룹을 상대로 2007년 소송을 냈다.
이에 하나금융은 “하나파이낸셜 상표 등록보다 앞선 1994년 자회사인 하나은행이 미국 동포를 대상으로 ‘하나 해외이주자클럽’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맞섰다.
미국 판례에는 다른 회사가 상표를 먼저 등록했다 하더라도 이전부터 그 상표를 사용하고 있는 회사 상표권을 존중해주는 ‘상표 선사용(Priority of Use)’ 판결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후 1심 법원은 하나금융 손을 들어줬으나 2010년 증거불충분으로 파기환송된 후 이듬해 두 번째 재판 끝에 캘리포니아 연방중앙지방법원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하나금융이 승소했다. 하나금융은 이어 2013년 제9항소법원에서도 승소했다.
최종심 재판을 맡은 소니아 소토마요르 연방대법원 판사는 “상표에 대한 우선권 여부는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사항으로서 배심원이 이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하나금융을 대리해 승소를 이끈 미국계 로펌 셰퍼드멀린 김병수 대표는 “그간 유사한 상표권 소송에서 미국 항소법원 사이에서도 해석이 엇갈렸다”며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은 향후 미국 내 상표권 소송에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상표권 분쟁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2011년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 회장이 이번 재판 기간 직접 미국을 방문해 법인 책임자로서 진술하기도 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