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2일 코스피 상장사 휠라코리아의 이기호 공동대표와 정성식 수석부사장, 이성훈 부사장 등 주요 임원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340억원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신주인수권이란 BW 발행회사 주식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미리 정해 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우선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주가가 사전에 합의한 가격보다 크게 올랐을 때 권리를 행사하면 주식을 싸게 사들여 비싸게 되팔 수 있다.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휠라코리아 임원들이 서둘러 신주인수권 행사에 나선 이유도 주가가 크게 뛰어 현재가가 행사가를 큰 폭으로 앞질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초 자회사 아큐시네트 상장을 앞두고 자회사 지분가치가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지난 1년간 44.3%, 2년간 87.4% 오른 결과다. 이기호 대표가 이달 신주인수권 행사로 신주 15만5000주를 사는 데 들인 돈은 주당 단돈 2만원에 불과하다. 이 주식을 26일 종가 11만6000원에 판다고 가정하면 총 148억8000만원을 현금으로 챙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성식·이성훈 부사장도 각각 신주 12만5000주와 7만5000주를 인수해 평가차익 120억원과 72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물론 신주인수권 행사 직전 휠라코리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13.01%에 불과해 경영권 안정을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현재 휠라코리아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12.66%) 템플턴자산운용(12.11%) KB자산운용(10.28%) 등 다수의 기관투자가가 10% 넘는 지분을 보유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주가가 많이 오른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경영권 강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3월 주주총회를 염두에 뒀다면 지난해 말 신주인수권을 행사했을 것”이라면서 “최근 차익실현 우려가 커졌는데 임원들 현직 재임기간에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뿐만 아니라 코스닥시장에서도 연일 주가 급등 종목이 속출하면서 신주인수권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코스닥 ‘신고가 행진’에 싼값에 신주를 사들인 뒤 차익을 챙기려는 움직임이 분주해진 것.
지난 22일 신주인수권 33만6132주가 행사된 주정업체 창해에탄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뒤 주식가치가 공모가 8300원의 두 배가 넘게 불어나고, 올해는 주가가 2만원대까지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연출한 것이 신주를 사들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행사가가 5950원, 현재가가 2만550원인 점을 감안하면 평가차익은 49억원에 달한다.
한편 코스닥에서 때 이른 대선 테마주가 기승인 가운데 대표적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테마주인 보성파워텍의 임재황 대표이사도 신주인수권 행사 시 돈방석에 앉게 될 전망이다. 주가가 최근 3개월간 5배 폭등한 가운데 신주인수권 행사 가능 기한이 올해 3월 14일로 바짝 다가왔다. 보성파워텍은 반기문 총장 동생 반기호 씨가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라는 이유로 주가가 지난해 10월 최저가 1265원에서 지난 21일 최고가 6690원까지 428.9% 뜀박질했다. 차익실현 기회가 찾아오자 임재황 대표는 지난 20일 신주인수권 행사를 위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명목으로 보유 주식 125만주를 처분해 약 63억원을 현금화했다.
이외에도 이달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SGA 아비코전자 다원시스 등 코스닥 종목은 현
■ <용어 설명>
▷ 신주인수권 :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미리 정해 놓은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매수 가격이 정해졌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갈수록 관련 이익이 커진다.
[김윤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