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목표주가까지 올리며 주식을 사라고 추천한 기업들 가운데 주가와 실적이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고 있다.
27일 매경닷컴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기업분석 리포트를 분석한 결과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기업이 적지 않게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이후 LG전자 주가가 6만원선에서 8만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자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리포트가 쏟아졌다. 6~7월 사이 10곳 이상의 증권사가 LG전자의 목표주가를 최대 10만원까지 올렸다.
하지만 LG전자 주가는 8월 들어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 5일에는 장중 5만7500원까지 내리며 2012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휴대폰사업부 실적에 기대가 크다며 목표주가를 올린 증권사들은 12월이 되자 앞다퉈 목표주가를 다시 낮췄다. TV부문에서 예상치 못한 수익성 악화가 발생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현재는 오히려 올해 사업 환경이 지난해보다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27일 LG전자 목표주가를 8만7000원에서 9만1000원으로 올렸던 IBK투자증권은 3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29일 목표주가를 8만7000원으로 다시 하향 조정했다. 이후 11월 21일에는 8만4000원으로 내렸고 한 달 뒤인 12월 23일 7만5000원으로 재차 조정했다.
LIG투자증권은 LG전자에 대해 지난해 7월 25일까지 11만원의 목표주가를 고수하고 있다가 돌연 담당자가 바뀐 후 지난해 11월초 목표가 8만1000원이 제시된 리포트를 냈다. 해당 리포트에는 기존 목표가와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지 않다.
HMC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도 목표주가를 올린지 3개월 안에 기대치를 낮춘 리포트를 다시 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목표주가가 30만원 중후반대에 분포돼 있던 LG화학은 현재 주가가 20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목표주가 37만원을 제시하면서 "최저 수준의 석유화학제품 마진과 전기차용 2차전지 사업가치 제외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25만원의 주가가 예상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전망은 빗나갔다.
지난해 8~9월에 걸쳐 이익 개선이 예상된다며 목표주가가 최고 50만원까지 대폭 상승한 포스코는 현재 주가가 27만원을 밑돌며 기적 전망과는 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철강 가격이 하락하는 등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고 포스코플랜텍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이들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제시했던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게 주가 하락의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포스코의 실적 개선 흐름에는 이상이 없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가 흐름은 이들의 전망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는 전날 7000원(2.54%) 하락한 26만8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의 전망이 맞지 않았던 것은 유가 급락 등 대외적 환경이 급변한 영향이 컸다”면서도 "전망과 실제의 차이가 너무 큰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유연한 대처가 중요하다는 주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투자자문사 한 관계자는 "합리적인 추정으로 나온 결과물이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실제와 크게 벗어났다면 기존 전망을 고수하기 보다 발빠르게 수정된 의견을 제시하는 편이 낫다”며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단기간 안에 바꾼다고 나쁘게만 볼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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