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건설현장 모습. 최근 강동구 일대는 학군수요와 재건축 이주수요가 맞물려 서울시 25개구 중 가장 높은 전세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매경 DB] |
지난 29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있는 롯데캐슬 퍼스트 상가의 한 공인중개업소를 찾아 “전세물건을 찾는다”고 하자 대뜸 꺼내 놓은 말이다.
작년 말까지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의 전세가격은 4억5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난 요즘 약 3000만~5000만원이 뛴 4억8000만~5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마저도 전세는 매물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어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헛걸음하기 일쑤라는 게 중개업자의 말이다.
또 “현재 암사동 일대 아파트들의 중소형 전세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며 “어제도 전용면적 84㎡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현장에서 계약이 이뤄졌을 정도”라고 밝혔다.
강동구의 임대시장이 심상찮다. 고덕2단지, 명일삼익 1차 등 재건축 이주 계획이 속속 잡혀 강동구 내 전세매물이 씨가 마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 일대는 공급자(집주인) 위주 시장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몇 해 전부터 시작된 저금리 기조 영향으로 기존 전세계약을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는 가구도 부쩍 늘었다.
보증금이 5억원 선인 전셋집을 보증금 4억에 30만원 정도로 낮춰서 받는 것이다. 이 역시 매물이 부족해 보통은 보증금 1억원에 달마다 150만원 정도하는 월세만 성행한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동구의 1월, 전세가 상승률은 약 2.01%에 달한다. 지난해말 3.3㎡당 947만원이었던 아파트 전세가가 4주만에 966만원으로 치솟았다. 이는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동기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서울의 평균 전셋값 상승률은 0.86%로 강동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명일동의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역이랑 가까운 신동아아파트의 중소형의 경우 전세는 커녕 월세 매물도 없는 상황”이라며 “역과 거리가 좀 떨어진 우성이나 현대, 한양 아파트의 경우 임대물건이 간간히 나오고 있지만 전세가가 4억원대에 달하고, 월세는 3억원에 월 40~50만원은 줘야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부쩍 오른 임대가격은 매매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114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강동구의 3.3㎡당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25%(1608만원→1612만원), 25개 자치구 중에 3위다.
특히 같은 기간 강남3구를 제외하면 사실상 다른 곳에서는 강동구만 유일하게 아파트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0.18%)보다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한동안 악성 미분양으로 이름이 높았던 고덕 아이파크의 가격도 최근 오름세를 타고 있다. 국민은행의 시세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3.3㎡당 가격은 1년전 대비 평균적으로 약 2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세중코리아 김학원 대표는 “현재 강동구의 주택임대시장은 재건축 이주로 인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철저하게 임대인 우위로 돌아가고 있어 세입자들이 차라리 주택구입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라며, “저금리의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상황이 이렇자 분양 중인 새 아파트를 찾는 매매수요도 부쩍 늘었다. 강동구의 부동산시장이 심상치 않자 외부의 투자수요까지 몰리면서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고덕 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해 분양이 한창인 송파구 문정동의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견본주택은 평일인데도 삼삼오오 몰려든 내방객들로 북적였다.
최근 뉴스를 통해 고덕지구에 전세난이 가중된다는 말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는 김모씨(52세)는 “이주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재건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뜻 아니냐”고 반문하며,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분양가도 상승할 게 뻔한데 이 일대에 신규물량이 나오면 최소 오른 분양가만큼 시세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이 아파트를 분양받고 입주시 재건축 이주자에게 전세주고 값이 오를 때 되
이 단지의 분양 관계자들 역시 이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전했다. 한 분양 관계자는 “이미 전용 84㎡의 일부 주택형이 완판된지 오래고, 대형물량도 계약률이 오르고 있다”며 “월세를 100만원 이상씩 내느니 차라리 저금리로 대출받아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사람들 중심으로 가계약 및 실계약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동 = 조성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