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립대학의 김모(61·여) 교수는 최근 퇴직을 앞두고 노후 자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1억원이 넘는 돈을 은행 정기예금에 가만 넣어두자니 연 1~2%대 금리가 영 만족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고수익을 노리는 금융투자상품에 넣자니 원금손실이 날까봐 걱정이 앞선다.
김 교수는 "아무래도 노후대비를 위한 자금이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이면서 단기 금융 상품을 중심으로 돈을 굴리게 된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시대 이처럼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겨냥한 증권사들의 '히든 상품'에 수조원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원금을 보장하면서 연 5~8%의 수익률을 내는 ARS(Absolute Return Swap), 일명 롱쇼트파생결합사채(ELB)가 대표적이다. 당초 기업이나 법인 등의 투자자들에게만 열려있던 투자 기회가 개인들에게 확대되며 슈퍼리치들 사이 빠른 속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2012년 9월부터 판매 중인 ARS 상품에는 현재까지 2조1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일주일에 한번씩 판매되는 가운데 평균 50~60억원의 자금이 몰릴 정도로 신한금융투자의 히트 상품이다.
지난해 말에는 일시에 ARS로 자금이 집중돼 잠정 판매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올 초 다시 판매를 시작했을 때에는 그 동안의 대기 수요가 밀려있어 1초만에 60억원의 모집액이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NH투자증권에서도 ARS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년10개월 동안 1조2000억원의 자금이 ARS로 들어왔다. 한달에 한번씩 ARS를 판매 중인 NH투자증권은 연 5% 이상의 수익률 추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 연말 개인 투자자들의 최소 가입금액을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춘 이후 문의가 더욱 늘어났다”며 "초저금리 시대 연 5%의 수익을 보장받는 중위험중수익의 상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ARS는 애초 기업이나 법인을 대상으로 갈 곳 없는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투자 상품으로 고안됐다. 이에 따라 가입금액도 10~30억원 이상이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 사이 관심이 높아지며 현재는 증권사들이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받으며 최소 가입금액을 1억원으로 낮췄다.
ARS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원금을 보장받으면서도 연 5~8%대의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1억원을 투자하면 원금손실없이 연 500~800만원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증권사들은 롱쇼트 전략, 즉 저평가된 주식은 매수하고 고평가된 주식은 공매도를 하는 전략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한다. 증권사들은 일단 투자자들의 돈이 들어오면 금리를 가장 높게 주는 시중은행의 계좌에 자금을 넣고 연 2% 수준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처럼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한 이후에서야 증권사들은 고객의 돈과 같은 규모의 증권사 자체자금을 롱쇼트 전략에 강점을 보이는 투자자문사에 맡긴다. 이 때 각 투자자문사들은 주식시장의 상황과 관계없이 연 5~8%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자금을 운용하게 된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롱쇼트 전략을 극대화한 결과 연평균 수익률은 8%에 달한다”며 "그 동안 2년 만기 상환된 상품 중에서는 최고 40% 수익률을 기록한 것도 있다”고 전했다.
물론 투자자문사들이 주식에 투자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낼 수 있다. 대부분의 ARS 상품은 시점에 관계 없이 고객 계좌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4%대'를 기록하면 운용을 종료하고 원금만 보장한다. 중도환매 시에는 환매 시점의 운용수익률로 돈을 돌려주기 때문에 손실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ARS 상품의 만기는 보통 2년이므로 연 2%대의 안전자산에 투자할 경우 원금을 보장하는 손실범위가 4% 정도는 있는 셈”이라며 "따라서 원금을 기본적으로 보장하되 CD등에서 수익이 조금씩 쌓이면 추가 수익으로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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