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에는 벌써 봄기운이 완연하다. 넘치는 시중 자금이 회사채 시장으로 쏠리면서 수요보다 채권 공급량이 부족한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기업 발행 금리는 연일 내림세다. 기록적인 시장금리 하락세와 맞물려 회사채 금리도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 중이다. 기업들은 앞서 경험하지 못했던 낮은 비용으로 회사채를 발행에 성공하는 등 저금리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936%를 기록해 사상 최저치로 마감됐다. 지난달 30일 기록한 역사적 최저치(1.970%)를 2거래일만에 갈아치웠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29일(1.998%) 이후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2.00%)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금리와 연동돼 움직이는 회사채 금리도 연일 하락세다. AA-급 3년물 기준 회사채 금리는 이날 2.271%을 기록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싼 이자로 자금 조달 기회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에도 기업들은 앞다퉈 회사채 발행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1월 한 달간 시장에서는 3조305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가 발행됐다. 작년 1월(2조5500억원)에 비해 7550억원 늘었다. 2013년 1월(1조7400억원)과 비교하면 2배가량 발행 규모가 커졌다.
회사채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균형 잡힌 성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회사채 발행사 대부분이 대기업 계열사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요예측을 마치고 회사채를 발행했거나, 이달 발행이 예정된 채권 가운데 현대차그룹, LG그룹, 롯데그룹, KT 등 4개 대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물량은 3조1050억원으로 사실상 지난달 발행된 회사채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외 회사채도 CJ프레시웨이(700억원)와 이마트(5000억원), 한화케미칼(1030억원)등이 발행한 채권으로 역시 대기업 계열사들이다.
시중에 나온 대기업 채권을 잡으려는 기관들 경쟁으로 청약 경쟁률은 연일 고공행진이다. 기업이 예상한 발행금액보다 2~3배 많은 청약금이 몰리는 것은 예사다.
채권 발행금리가 회사 측이 제시한 공모 금리보다 낮게 결정되는 사례(할증발행)도 눈에 띈다. 이는 회사에서 제시한 채권 가격보다도 웃돈(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인수하겠다는 주문이 많았다는 뜻이다.
이마트가 발행한 5년물 회사채 발행금리는 2.303%를 기록했는데, 이는 회사 측이 제시한 공모 희망금리 하단(2.357%)보다 0.054%포인트(5.4bp) 낮은 값이다. CJ프레시웨이의 3년물 회사채도 발행금리가 2.777%를 기록해 공모 희망금리 하단(2.896%)을 밑돌았다.
이달 발행을 앞둔 회사채도 역시 대부분 대기업 계열 채권이다. 가온전선(LS그룹)이 300억원, 현대위아가 2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이달 초 발행한다. 대부분 회사채 신용등급은 AA급~A+급 이상인 우량채에 속한다. BBB+급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아시아나항공(2200억원) 한 곳에 그친다.
사실상 회사채 시장 호황기의 수혜를 대기업만 누리고 있는 셈이다.
반면 지난해부터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BBB급 이하 채권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회사채 시장 주요 투자자인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동양 사태 이후 신용등급 BBB급 이하 회사채 투자하기 어렵게 내부 투자지침(가이드라인)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공모 회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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