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아파트, 오래된 오피스텔, 게스트하우스, 빌라, 리츠….
호황기에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있던 부동산 상품들이다. 하지만 저금리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가만히 놔둬도 가치가 오르는 과거에는 매각 차익을 거두는 게 관건이었지만 불황 여파로 가격 상승 기대감이 낮아지자 임대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실속형으로 재테크 트렌드가 바귀고 있는 것. 소액 투자로 은행 정기예금 보다 두 배이상 높은 5% 이상의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엔 매각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철저히 수익률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며"체계적인 임대 관리를 통해 건물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도 필수”라고 말했다.
◆ 강남권·도심 나홀로 아파트 인기 쑥
그동안 볼품없어 보였던 나홀로 아파트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나홀로 아파트는 1~2개동 100가구 미만으로 구성된다. 대개 주택가에 혼자 덩그러니 서 있다. 대단지 아파트에 비해 기반시설과 커뮤니티시설이 부실해 주택 시장 호황기에 투자자들이 외면했다. 하지만 전세난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전세 아파트가 귀해진데다 최대한 싼 값에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늘면서 나홀로 아파트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나홀로 아파트는 주변 대단지 동일 평면 시세의 60~70% 정도에 거래될 정도로 저평가 돼 있어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을 한꺼번에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나홀로 아파트가 괜찮은 수익형 부동산이 될 수 있다. 렌트라이프가 작년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 나홀로 아파트 연간 임대 수익률은 3.9%로 일반 아파트(3.1%)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지역 나홀로 아파트 임대 수익률은 4.9%에 달한다.
아파트 값도 상승세다. 치솟는 전세금이 매매가를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서울 잠원동 잠원위브 전용면적 46㎡는 4억3000만~4억5000만원으로 1~2년 전보다 2000만~4000만원 가량 올랐다. 전세금은 3억~3억50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섰고, 반전세로 돌릴 경우 보증금 5000만~7000만원에 월세가 110만~125만원 선이다.
박 대표는 "강남권과 도심의 역세권 주변 나홀로 아파트는 세입자 신분과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 보장돼 임차인 리스크가 오피스텔 보다 적은 것도 장점”이라며 "인근에 단독·다가구 주택이나 빌라가 있는 곳보다 부족한 기반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대단지 아파트를 끼고 있는 나홀로 아파트를 고르면 좋다”고 조언했다.
◆ 새 오피스텔 "수익률 별로네”
새 오피스텔이 오래된 건물보다 세입자를 구하기 쉽고 수익률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낡은 오피스텔의 임대 수익률이 새 것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가 지난해 기준 서울 오피스텔 연식별 임대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입주 10년 초과된 오피스텔 수익률이 5.42%로 가장 높았다. 1~5년차 새 오피스텔 수익률은 4.99%로 6~10년차(5.14%)는 물론 전체 평균(5.29%)에도 못미쳤다. 오피스텔 시장의 메카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는 새 오피스텔이 기를 펴지 못한다. 입주 1~5년짜리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이 4% 초반대로 가장 낮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오피스텔 분양가가 새 것일수록 비싸서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강남역 주변 오피스텔은 연식에 상관 없이 전용면적 27~29㎡기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90만원 선이다. 옛 오피스텔이 요즘 건물보다 실제 사용 가능한 면적이 넓어 공간감도 뛰어나다. 같은 원룸이라도 예전에 지어진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26~33㎡(8~10평)이라면 최근 분양되는 오피스텔은 20~23㎡(6~7평)으로 작아지는 추세다.강남역 인근 O공인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잠만 자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한데다 경기가 안 좋다보니 몇 만원이라도 월세가 저렴한 물건을 찾는 임차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도 흙 속 진주를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임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기존 오피스텔 급매물을 잡는 게 좋다”며 "마곡지구와 위례 등 소형 아파트가 부족한 신도시 택지지구의 경우 투룸·쓰리룸으로 설계된 최신 오피스텔이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스토리'있는 도시민박업·게스트하우스 인기
개별 여행을 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도시민박업이나 게스트하우스로 수익을 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외국인 대상 도시민박업 등록한 곳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곳이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마포구 홍대 인근, 용산구 한남동·이태원동, 종로 북·서촌 등에 주로 몰려 있다.
특히 도시민박업은 집(연면적 230㎡)에 남는 방이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기존 집을 활용하면 투자금액이 거의 들지 않고 단기로 세를 줄 수도 있다. 원룸 임대 사업은 초기 투자금이 10억원 이상인 반면 도시민박업은 1억원 수준이면 된다는 게 숙박업계 설명이다. 입지와 상품만 괜찮다면 단독·다세대주택을 매입하는 대신 임대해서 외국인에게 다시 세를 주는 전전대(서브리스·sub-lease)도 가능하다. 숙박료는 보통 1인당 1박 기준 2만~5만원 선이지만 10만~2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다만 도시민박은 사업자가 직접 거주해야한다. 등록만 한 뒤 다른 사람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는 불법이다. 게스트하우스는 소액 투자로 10% 이상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청년 창업·노후 재테크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숫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폐업하는 곳도 나오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 예컨대 종로 일대는 전통 한옥을 개조한 게스트하우가 인기이며 강남 일대는 유럽풍 전원주택에 관광객이 몰린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인터넷 카페 등을 활용한 홍보·마케팅은 물론 예약과 사용 후기를 꼼꼼히 관리해야 객실율을 유지할 수 있다.
◆ 빌라, 전세난으로 임대 수요 많고 과세 대상에서 빠져
빌라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아파트 보다 저렴하고 아파트처럼 편리한 빌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셋집이 부족한데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거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더해져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빌라는 아파트나 단독주택 보다 초기 투자 비용이 20~30% 정도 저렴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3.3㎡당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955만원, 단독주택은 1318만원이지만 빌라는 1171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빌라는 전세금이 매매가의 70%에 육박해서 가격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과거엔 환금성이 나빴지만 최근 빌라는 주차장과 엘리베이터가 있고 아파트 못지 않는 마감재로 지어져 사고 팔기 수월해졌다. 실제 거래가 잘 된다. 지난해 서울 빌라 거래량은 4만189건으로 서울시가 201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골치 아픈 세금에서도 자유롭다. 주택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고 있지만 기준 시가 3억원을 넘지 않는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은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빌라는 대개 3억원 이하에 전용면적 85㎡ 이하 여서 틈새 소액 투자 상품이 될 수 있다.
입지나 상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서울에서 투룸 빌라를 매입해 보증금 2000만~5000만원에 월세 30만~60만원으로 세를 줄 경우 연간 5% 안팎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피스텔보다 월세가 적은 편이지만 임차인이 1~2년 이상 장기간 머무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으로 임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역세권에 있는 준공 5년 이내 빌라를 고르고 임차인의 편리를 고려해 대중 교통 이용이 편리한 역세권에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조언했다.
◆ 리츠, 환금성 뛰어나고 수익률 높아
리츠도 저금리·저성장 속에 새로운 유망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리츠란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부동산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을 말한다. 상장된 리츠는 주식을 사고 파는 식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현금화가 쉽다. 개인이 직접 부동산을 관리할 필요가 없어 비용이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2002년 처음 도입된 리츠는 지난해 말 기준 98개가 인가를 받았으며 총 자산은 14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연간 투자 수익률은 대체로 5~7% 선이다.
정부가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리츠를 활용해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임대주택 리츠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병삼 KD리빙 이사는 "현재 리츠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한데 10%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승국 라이프테크 대표는 "오피스나 리테일, 물류창고 등 상업용 부동산은 불황으로 장사가 안 되면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주택은 임대료를 조정하면 임차인을 구하기 쉬운 만큼 안정적인 수익률을 맞출 수 있다”며 "일본 등
현재는 주로 연기금이나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 위주로 이뤄진 사모형 리츠가 대부분이지만 상장 리츠가 늘어나면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기 화성 동탄2, 파주 운정, 안성 아양 등에 10년 공공임대주택 5005가구를 공급하는 리츠 사업이 처음 개인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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