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한 재계 서열 상위 15대 그룹(한국전력 농협 등 공기업과 금융회사는 제외) 122개사 중 가장 장사를 잘한 그룹은 한진그룹이었다.
한진그룹 계열 상장기업(4개사)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013년 4분기와 비교해 280.6% 늘어 가장 크게 실적이 개선됐다. 대한항공이나 현대중공업 등 실적 미발표 일부 기업은 증권사 추정 평균을 대용치로 조사한 결과다. 이어 CJ그룹(8개사)과 LG그룹(10개사)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감률이 각각 36.5%, 32%에 달해 실적이 많이 좋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롯데그룹(4개사)과 삼성그룹(13개사)은 실적이 부진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41.2%, 29.8% 하락했다. 현대자동차그룹(9개사)과 SK그룹(9개사)은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GS그룹(4개사)과 KT그룹(2개사)은 흑자로 돌아섰고 현대중공업은 적자 규모를 소폭이나마 줄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룹 실적은 결국 주력 계열사가 향방을 갈랐다.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5조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전 분기(2014년 3분기·4조원대)에 비해 나아진 실적을 보였지만 전년 동기에 8조원 넘는 실적을 낸 것과 비교하면 36%나 줄었다.
삼성카드(+418.4%) 삼성증권(+268.3%) 삼성생명(+238.7%) 등 금융 계열사는 물론이고 호텔신라(+361.1%) 크레듀(+171.1%) 등 대부분 계열사 실적이 개선되며 그나마 ‘삼성전자 부진’을 만회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주력사인 현대차와 기아차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7.6%, 23%나 하락하는 바람에 현대제철(+83.4%)과 현대건설(+25.8%)의 선전이 빛을 보지 못했다.
SK그룹은 46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낸 SK이노베이션 부진을 1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SK하이닉스가 보완해 줬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IT 3총사(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의 선전으로 LG화학 부진을 메웠다. LG디스플레이는 전년 대비 143%나 늘어난 6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큰형님 LG전자(2700억원)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CJ그룹 역시 CJ제일제당(+162.3%)의 선전 속에 CJ대한통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배에 달하며 CJ E&M(-85.1%)과 CJ헬로비전(-31.2%)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롯데그룹 부진 역시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9.8%나 하락한 탓이 크다.
한편 지난해 4분기 성적표는 올해 1분기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T그룹(2개사)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014년 1분기와 비교해 91.5% 늘며 15대 그룹 중에서 실적이 가장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GS그룹(4개사)과 SK그룹(9개사)이 각각 전년 대비 78.3%, 39.9%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그룹 계열사(13개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LG그룹(5개사)은 20.5%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자동차그룹(9개사)은 소폭(+1.6%) 늘어나 전 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분석됐다.
◆ 한진·금호아시아나 재무개선 효과
작년 4분기 영업이익 200% 이상 증가할듯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한창인 한진과 금호아시아나가 지난해 4분기 국내 주요그룹 중 가장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자구계획을 이행한 현대그룹도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진과 금호아시아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80.6%, 212.5%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한진의 영업이익은 586억원에서 2232억원으로, 금호아시아나는 552억원에서 1726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그룹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실적 개선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주력 자회사 실적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저유가에 따른 수혜까지 감안하면 높아진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증권사들은 대한항공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32.2% 급증한 1304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같은 그룹 한진해운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5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유가 하락 효과는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원가 절감이 실적을 끌어올린 주된 배경으로 지목됐다. 운용 컨테이너선박 수를 2013년 말 116척에서 지난해 말 101척까지 줄인 결과 고정비용과 화물비, 연료비 등 2억달러 가까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는 것. 아울러 모기업 대한항공까지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항공기 추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잠재적인 유동성 위기로부터 안전판까지 마련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호석유화학도 지속적인 유동성 관리 덕분에 전년도 4분기 177억원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53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구조조정이 막바지에 이르며 탄탄해진 자금력을 자랑하는 현대그룹도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
[강봉진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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