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은행들의 주가가 기준금리 추가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동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은행주 4곳의 주가는 9일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평균 7.59%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하락폭이 큰 곳은 하나금융으로 지난 9일 주당 2만9250원까지 밀려 지난해말(3만2000원)과 비교해 8.59% 떨어졌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1만원에서 9180원으로 8.2% 감소했으며 기업은행(-7.80%), 신한지주(-5.8%)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방은행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1만2000원대에서 거래됐던 DGB금융지주는 9일 종가기준으로 1만900원을 기록, 한달 남짓한 기간 동안 9.16% 하락했다. 1월 중에는 최저가인 1만300원까지 주가가 밀렸다. 같은 기간 BS금융 지주는 8.33%의 내림세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은행주 특성상 최근 나타난 동반 하락세는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올해 들어 시장 기대치를 모두 밑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변동폭은 더욱 커졌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KB금융, 우리은행, 기업은행을 비롯해 DGB금융지주, BS금융지주 등 금융사 7곳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은 654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66.2% 줄어들었다. 시장의 예상치(1조433억원)보다는 37.3% 낮은 규모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은행의 일회성 충당금과 계절적 판관비가 예상보다 더 크게 발생했다”며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되면서 이들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며 주가 변동폭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NIM은 기준금리와 상관관계가 높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낮아질수록 은행주에는 부정적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들 7곳 금융사의 지난해 4분기 NIM은 전분기 대비 6%포인트가 떨어졌다. 연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세계적으로 통화정책 완화 기조 속에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지자 은행주들은 더 힘을 못 쓰고 있다.
스위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 시행을 앞두고 환율 하한제 폐기와 함께 금리를 최근 인하했다. 덴마크는 환투기 세력의 공격에 3주 동안 4번이나 예금금리를 떨어뜨렸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의 통화완화정책 기조 확산과 소비자물가 둔화,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에 따른 충격 등으로 금리인하 요인은 강해졌다”며 "한국은행은 2~3월 중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며, 특히 2월에 그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1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2월 기준금리를 정한다.
이에 따라 은행주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저가 매수하기보다는 투자에 대해
유 연구원은 "은행의 펀더멘털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요인이 NIM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NIM의 방향성에 관해 불확실성이 제거된 후 (은행주) 투자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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